美 대선 이후 달러 대비 원화 가치 6%대 급락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와 자동차 관세 부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에서 고착화됐다. 원화 가치는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달러 대비 6% 넘게 떨어지며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도 훨씬 약세였다.
전문가들은 미국 관세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 윤 대통령 탄핵 선고 결과에 따라 환율이 1500원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환율 6거래일째 1460원대…원화, 美 대선 전보다 6.1%↓
3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의 지난 28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1,66.5원을 기록했다. 지난 21일 이후 6거래일 연속 1460원대를 유지 중이다.
지난 28일까지 평균이 1,452원에 달하면서 올해 1분기 평균 환율은 1450원이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외환위기였던 1998년 1분기(1596.9원) 이후로 최고 수준이다.
환율을 밀어올린 요인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비상계엄 사태로 시작된 국내 정국 불안 여파가 지모고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주요국 통화 흐름과 비교해도 원화 가치 하락 폭이 두드러진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전인 지난해 11월5일 이후 6.11%(야간 거래 종가 기준) 하락했다. 유럽연합 유로(-0.84%), 영국 파운드(-0.14%), 스위스 프랑(-2.06), 호주달러(-4.70%), 캐나다 달러(-2.93%), 중국 역외 위안(-2.25%), 대만달러(-3.60%) 모두 달러 대비 가치가 하락하긴 했지만, 원화보단 낙폭이 작다.
일본 엔(+1.04%), 스웨덴 크로나(+7.20%), 러시아 루블(+17.72%) 등은 달러 대비 가치가 오르기도 했다. 원화보다 절하 폭이 큰 통화는 정국 불안을 겪고 있는 튀르키예 리라(-9.52%) 뿐이다.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서다. 특히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3일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경계감이 고조됐다.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도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변론을 종결한 후 거의 매일 평의를 열어 사건을 심리했으나, 한 달 넘게 선고일을 지정하지 못했다.
◆ "4월 초 환율 1500원 터치 가능성…하반기 갈수록 하락"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환율이 4월 초 1500원대를 기록할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하나은행에선 미국 관세와 탄핵 정국이 맞물린 2분기에 환율 연고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며 환율 1500원대 터치 가능성을 제기했다. 자동차 관세 충격 정도에 따라 1500원대로 올라설 수도 있지만, 추가 협상 여지 등 호재가 있으면 1500원보다 꽤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란 전망도 같이 나왔다.
또 윤 대통령 탄핵안이 기각되면 국내 정국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이고, 이는 우리나라의 신인도를 크게 저하할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환율이 1450원대를 하회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말로 갈수록 환율은 점차 내릴 것이라는 게 대부분 시장 전문가의 시각이다.
국민은행은 4월 환율의 상방 위험이 매우 큰 탓에 환율이 일시적으로 급등할 가능성도 있지만, 2분기 중 관세 우려와 정국 불안 등 원화 저평가 요인이 해소된다면 점차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