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율 낮아진 상황에서 카드론 수익 의존도 커
카드론 잔액 줄면 실적방어 어려워…연체율 상승도 부담

오는 7월부터 3단게 스트레스 DSR이 도입되면서 카드사들이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카드론 수요 둔화가 전망되는 가운데 단기적으로 실적에 부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는 풍선효과로 카드론 유입이 증가하게 되면 실적방어는 가능하지만 자산건전성 리스크 우려가 높아진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동원 등 관계기관과 은행연합회, 제2금융권 협회, 5대 시중은행들과 지난 20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오는 7월 1일부터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시행키로 했다.
금융위는 수도권에 한해 스트레스 금리 1.50%를 부과하고, 제2금융권까지 이를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신용대출은 잔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고 부동산 경기침체 등을 고려해 지방에 대해선 가산금리 0.75%를 부과한 2단계 적용을 유지한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7월 1일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이전 대출 쏠림 현상 발생 가능성 등을 감안해 전 금융권에서 가계부채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5월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될 우려가 있는 만큼, 금융당국도 금융회사들의 월별, 분기별 관리 목표 준수 여부 등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해 필요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것으로 하반기부터 서민들의 대출 문턱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는 2금융권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에만 스트레스 DSR이 적용됐는데, 앞으로는 저축은행·상호금융 신용대출과 장기카드대출(카드론)에도 가산금리가 적용돼 한도가 감소한다.
구체적으로 변동형 혹은 만기 3년 미만 단기 고정 금리 대출에 1.50%, 만기 3~5년 순수고정 신용대출에 0.90%의 스트레스 금리가 부과되고 만기 5년 이상 순수고정 신용대출과 신용대출 잔액 1억원 이하에는 가산금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같은 조치는 서민들의 급전 창구 활로를 뚫어면서도 영끌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풀이된다.
이에 카드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신용대출 잔액 1억원 초과 고객이 많지 않아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되지만, 스트레스 DSR 적용으로 카드론 잔액이 줄어들면 실적 하락을 피할 수 없다.
카드사들은 2015년부터 4차례에 걸친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라 본업인 신용판매로 수익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12년 1.5%~2.12%던 가맹점 수수료율은 올해 0.4%~1.45%까지 낮아졌다. 지난해 8개 전업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 5910억원으로 전년 대비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본업으로 수익을 내기 힘들자 카드사들은 프리미엄 카드를 통한 연회비 수익과 카드론 이자 수익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왔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업 카드사 8개사의 연간 연회비 수익은 2018년 8828억원에서 지난해 1조 4415억원으로 63.3% 급증했다.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같은 기간 7조 9112억원에서 8조 1863으로 3.5%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연회비 수익 증가폭이 훨씬 크다.
전업 카드사들의 지난해 카드론 수익은 카드론 잔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5조 9억원으로 지난해 4조 5327억원 대비 10.3% 늘었다. 카드사들의 연회비 수익과 카드론 수익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실적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리스크는 커졌다. 지난해 말 전업 카드사의 연체율은 평균 1.65%로 전년 말 1.63% 대비 0.02%p(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2014년 1.6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카드대출 채권의 연체율은 3.38%에 달해 신용판매 연체율 0.89%보다 크게 높았다.
이에 가맹점 수수료가 카드사의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2%에서 29.0%로 1.2%p 줄어드는 동안 카드론 수익 비중은 16.9%에서 17.7%로 0.8%p 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면 카드론 잔액이 일시적으로 줄어들면서 하반기 카드사들이 하반기 실적 방어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장기적으로는 일시적으로 줄었던 카드론 잔액이 풍선효과로 다시 증가할 것으로도 분석된다. 2금융권까지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면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결국 카드론으로 다시 발길을 돌리면서다.
카드론 잔액이 느는 경우에도 카드사들의 마음이 편치는 않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연체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대손충당금 납입 등 자산 건전성 관리를 위한 비용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 외에는 카드사들의 본업 경쟁력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과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것이 숙제"라며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면 당시의 경제 상황 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