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토탈에너지스·여천NCC·HD현대케미칼 등 실적 부진 지속
중국 증설 영향 큰 업스트림 사업 위주…'석유화학산업 지원 특별법안' 조기 시행 필요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나날이 제기되지만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서 합작사들에 제기되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여천NCC와 HD현대케미칼,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올해 1분기 나란히 적자를 보인데 이어 2분기도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은 국내 대기업들의 합작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HD현대케미칼은 HD현대오일뱅크가 60%, 롯데케미칼이 4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한화임팩트와 프랑스의 토탈에너지스가 50%씩 나눠 보유 중이다.
장래 사업 전망이 좋지 않은 가운데 합작사라는 형태는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을 더욱 어렵게 한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올레핀계 공급과잉이 심화되는 가운데 여타 제품 스트레드도 약세가 유지되면서 지난해 적자에 이어 실적 회복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중국 업체들은 에틸렌에서 Petrochina가 120만 톤, Yulong이 150만 톤, 프로필렌은 Wanhua Chem이 90만 톤, Fujian Eversun 90만 톤, SP Chem이 90만 톤, GAIL이 50만 톤 등을 계획 중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중국과 아시아 등지의 비효율/노후화 NCC 공장 폐쇄가 예정돼 있으나, 신증설 물량이 이를 상회한다"며 "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EVA)를 제외하고 스프레드 약세가 지속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한화토탈에너지스의 부채비율은 128%로 양호하지만, 2023년 110%, 2024년 118.1%에서 상승중이며, 전체 부채 4조3000여억원 중 2조6639억원이 차입금 또는 사채로 순차입금이 적지 않다. 또한 현금성 자산도 지난해 말 5000억원 대에서 2049억원까지 급감하며 유동성도 좋지 않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2026년 이후 친환경 사업으로 전환을 위한 투자도 계획 중으로, 실적 개선 후 과거와 같은 높은 배당성향을 보일 경우 재무부담 해소 시점이 미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여천NCC와 HD현대케미칼은 부채비율이 각각 280%와 282%로, 300%에 육박해 위기감이 더 크다. 이런 수치들은 높은 지분율로 인해 모회사 재무 건전성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여천NCC는 올해 1분기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비율을 331.4%에서 크게 낮췄고, 순차입금 또한 1000억원 가량 줄어든 1조7318억원으로 개선했다. 여천NCC는 내년 3월 만기되는 2100억원 회사채에 부채비율을 400%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다만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업스트림 제품의 매출 비중이 50%를 상회해 올레핀 시장 공급과잉 영향을 크게 받으며, 수익성이 저조해 큰 효과를 보이기 어렵다. 한국기업평가는 "1분기 잉여현금 적자(918억원), 당기순손실(618억원) 등으로 인해 증자 규모 대비 레버리지 지표 개선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며 "수익성 개선이 지연될 경우 제반 재무지표가 재차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천NCC는 올해 예정된 대규모 정기보수 활동 영향도 지켜봐야 한다.
폴리머와 모너머 라인 가동률 낮은 HD현대케미칼을 제외하면 한화토탈에너지스는 1분기 평균 98.38%, 여천NCC는 80% 이상의 공장 가동률을 보이고 있지만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반대로 재고자산은 증가한 상태다.

HD현대케미칼은 정유 부문의 실적 개선세가 예상되지만, 역시나 전체 매출의 50% 가량 차지하는 석유화학 부문이 중국 증설과 수요 약세 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
HD현대케미칼은 최근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며 업황 버티기에 나섰다. 여기에 HD현대오일뱅크가 콘덴세이트, 납사 등 주요 원재료 도입과 운영에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고 있으며, 롯데케미칼이 파라자일렌(Para-Xylene) 생산을 위한 중간 원료인 혼합자일렌(MX)과 방향족 기초유분인 벤젠 등을 공급 받음에 따라 다른 합작사 대비 안정적인 수급망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롯데케미칼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롯데케미칼은 해외 자회사를 위주로 사업 정리에 나섰으며, 최근에는 HD현대오일뱅크에 대산공장을 넘기는 방안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GS에너지와의 합작사인 롯데GS화학과도 통폐합설이 제기되는 중이며, HD현대케미칼도 NCC 설비 통폐합 등을 논의 중이다.
이에 따라 지난 정부에서 지지부진했던 구조조정 지원책이 새정부에서 더 주도적이면서 더 적극적으로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달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에는 ▲사업재편을 위한 합병, 분할, 설비 축소, 연구개발(R&D)에 세제 지원 ▲노후 설비 해체, R&D 및 설비 투자에 보조금 지급 ▲전기요금 감면 혹은 보조 ▲생산시설 신·증설, 개선, 폐쇄 등 절차 간소화 ▲환경 규제 특례 ▲기업 간 생산량 감축, 설비 가동률 조정 등 협의 시 공정거래법 적용 예외 ▲정부 주도 사업재편 등 내용을 담고 있어 조속한 시행이 요구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