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도 금융지주와 컨소시엄 구성 논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금융사들의 다양한 움직임들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뱅)과 카드사들에서는 상표 출원이 잇따르고 있으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점유율 1위인 업비트는 네이버와 손을 잡고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준비 중이다. 국내 최대 블록체인 투자사인 해시드는 금융지주사들과 협력을 도모하려 하는 등 300조원 시장을 잡기 위한 금융사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전날 먼저 스테이블코인 명칭을 나타내는 ▲K-STABLE ▲K STABLE ▲KSTABLE 등 3종의 상표를 출원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의 티커(약어)를 의미하는 ▲KSTA ▲KBKKRW ▲KRWKBK ▲KBKSTB ▲KBKC ▲KSTKRK ▲KRWKST ▲KSTC ▲KRWSC 등 9종의 상표도 출원했다.
앞서 카카오페이가 지난달 17일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 18건을 특허청에 출원하면서 금융사들의 상표 출원이 쏟아지고 있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도 출원 행렬에 동참했고 26일에는 토스뱅크가 'KRWTBK', 'KRWTSB', 'TSKRW' 등 은행권에서는 가장 많은 총 48건에 달하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를 출원했다. 이튿날에는 토스가 24건의 상표를 출원하기도 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법정 통화인 원화 화폐 가치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를 말한다. 일례로 시가총액 기준 1위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는 달러와 1대1로 가격이 연동된다. 1USDT가 1달러라는 의미다. 코인을 발행할 때마다 현금성 자산이나 미국 국채 같은 환금성이 높은 담보를 은행에 맡기는 방식으로 안정성을 확보한다.
현재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약 2307억달러(약 313조3000억원)로 전체 가상화폐 시장의 약 6.8%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달 초까지 해시드 싱크탱크인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로 재직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논의에 깊이 관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민간 위주의 스테이블코인 도입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실제로 해시드 경영진은 최근 복수의 금융지주 최고위 관계자들을 연달아 만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컨소시엄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리에서는 인뱅처럼 은행이 지분 참여를 통해 다른 사업자들과 협업하는 형식의 테크회사 설립 등이 거론됐다고 전해진다.
카카오페이, 토스 등이 관계사인 은행을 업고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나서면서 비은행 계열 핀테크들의 합종연횡도 이뤄지고 있다. 먼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네이버페이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사업을 지원한다.
박상진 네이버페이 대표이사는 지난달 26일 열린 '엔페이(Npay) 미디어데이 2025'에서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당국 검토 하에서 합리적 제도가 마련되고 또 참여할 수 있다면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박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시장에서는 조만간 네이버페이가 주도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 관련 컨소시엄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고 두나무는 이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형태로 네이버페이와 협력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와 달리 별도의 플랫폼 계열사가 없는 케이뱅크도 간접적인 형태로 참여할 여지가 있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에 연동 계좌를 제공하면서 오랜 시간 업비트와 사업적 시너지를 추구해 왔다.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은 지난해 10월 IPO(기업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업비트와의 사업 협력 관계는 2021년 업비트와의 첫 (연동 계좌) 계약부터 현재까지 서로 윈윈인 관계"라며 "업비트와는 좋은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좋은 파트너로 인연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한국은행이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은 아직까지 시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일(현지시각)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주최 연례 통화정책 포럼에서 민간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최근 미국에서 지니어스법이 통과하면서 많은 핀테크 회사가 정부에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비은행 금융기관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한은의 권한을 넘어서 정부 기관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규제되지 않은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하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의 교환을 가속화하고 자본 유출과 통화정책 유효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각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불규칙한 거래를 식별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가능한지 확신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