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맛보기” 언급… 추가 부동산 규제 나올지 관심

지난 27일 정부의의 고강도 부동산 대출 규제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선 가운데, 아파트 거래량·규모가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매매계약 해제 사례도 속출했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계약일이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3일까지인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중 계약 해제 사유 발생일이 27일 이후인 사례는 125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출규제 발표 당일인 27일을 해제 사유 발생일로 하는 거래가 39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일부 투자자들이 집값이 지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출을 큰 규모로 끌어당겼다가, 고강도 대출규제 시행으로 추세가 반전돼 투자 손실이 발생할까 우려한 나머지 더 큰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차원에서 계약금 손실을 감수하고 급히 거래를 취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고 대출을 15억∼20억원씩 무리하게 받은 일부 매수자들이 규제 시행으로 집값이 우하향으로 돌아설지 모른다고 우려한 것일 수 있다"며 "자신이 과도한 레버리지를 동원해 꼭짓점에서 집을 샀다는 공포감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등 정부의 초강력 대출 규제가 부동산 시장에서 실제 거래량과 거래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시장에서 대출 규제 발표 이후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아파트 거래량이 모두 감소했다. 용산, 도봉, 강북을 제외한 22곳의 거래량 감소 폭은 50%를 웃돌았다.
6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서울 25개 자치구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일주일 동안 서울 아파트는 총 577건이 거래됐다. 이는 직전 일주일(6월 20일∼26일)의 1629건보다 64.6% 감소한 수치다.
실거래 신고가 완료되려면 약 한 달이 남았기 때문에 거래량은 더 늘어날 수 있지만 대책 발표 전 '불장'이던 강남3구와 마용성을 보면 확연한 변화가 감지된다.
비교 기간 강남3구 거래량은 송파(24건→1건) 95.8%, 서초(15건→1건) 93.3%, 강남(76건→24건) 68.4%씩 감소했다. 마포는 66.3%(86건→29건), 용산은 21.4%(14건→11건), 성동은 53.8%(93건→43건) 각각 줄었다.
이번 대책 이후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됐던 노도강, 금관구(금천·관악·도봉) 등 외곽 지역도 거래가 얼어붙긴 마찬가지다. 노원(143건→60건)은 58.0%, 도봉(48건→25건)은 47.9%, 강북(21건→15건)은 28.6% 각각 줄었다.
금천은 73.1%(26건→7건), 관악은 62.7%(59건→22건), 구로는 65.8%(79건→27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거래 금액도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25개 자치구 모두 직전 일주일 대비 축소해 서울 전체로는 67.3% 줄어든 6319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대책 발표 전 일주일간 거래 금액이 총 2223억원으로 가장 많았던 강남구는 71.3% 줄어든 637억원을 나타냈다.
서초는 97.0% 급감한 15억원, 송파는 89.9% 감소한 43억원으로 조사됐다. 노원 -61.0%(340억원), 도봉 -51.1%(126억원), 강북 -36.0%(85억원) 등도 거래 금액이 축소했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고, 이재명 대통령이 추가 규제를 암시하는 발언을 내놓은 만큼 시장의 관망세가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강도 높은 규제 때문에 전반적 거래 감소와 가격 축소가 단기적으로는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이번 대책이 직접적 부동산 대책이 아닌 만큼 앞으로 수요와 공급을 총망라한 대책이 나왔을 때 시장은 또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출 규제를 맛보기로 표현하며 시장에 경고를 날린 상황에서 추가 규제가 등장할지 관심이 쏠린다.
추가로 시행 가능성이 있는 수요 억제책으로는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강화하고, 전세대출·정책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