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의 GM·혼다, 삼성SDI의 스텔란티스 물량 기대 이하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올해 하반기는 미국 수요 감소로 더 어려움에 빠져들 전망이다.
10일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매출액은 5조56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4922억원으로 152%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인 4000억원 초반대를 상회했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은 고수익 물량과 ESS 생산 시작 등 북미 시장 수요 영향이라 설명했다.
북미 시장 수요는 3분기에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10월부터 7500달러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재고 조정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6월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9만4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6.5% 줄며 감소폭이 확대됐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18.1GWh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인식하며 기대치를 상회했지만, 미국 얼티엄셀즈 공장 배터리를 탑재한 제너럴 모터스(GM)와 혼다의 판매량은 10만4000대로 약 10GWh에 그쳤다.
유진투자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 2분기 중대형 전지 사업부문 영업손실액은 1109억원 추정된다"며 "2024년 4분기 이후 매출액은 감소세로, GM 물량 증가에도 가동률은 52%로 전분기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삼성SDI도 미국 시장 영향에 2분기 매출액은 3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하며, 영업이익은 2310억원 적자가 전망되고 있다. iM증권은 "주력 고객사인 BMW의 배터리 재고 축적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당초 기대보다 출하가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올해부터 미국 스타플러스 공장이 신규 가동되면서 AMPC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지만, 미국 상호관세 영향으로 인해 멕시코, 캐나다에서 전기차를 생산 중인 스텔란티스 판매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2분기 출하용량이 약 1.0GWh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SDI는 지난달 스타플러스 시설투자를 위한 대여금 1조4695억원의 상환기간을 올해 연말까지 6개월 또 연장했다. 올해 3월 '인터배터리 2025'에서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인 스타플러스에너지 2공장,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 공장 가동 시점에 대해 "캐즘도 있고 해서 조금 더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해 2027년으로 계획했던 시점을 연기할 가능성도 보여줬다.
업계에서는 2차전지의 전기차 시장 수요 감소세를 ESS 시장이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 ESS 시장 출하용량은 전기차 대비 약 30% 수준인 반면, 북미 시장은 약 40~45%로 추정될 정도로 ESS 보급이 빠른 편이다.
또 영국국제기후·에너지정책연구소(EMBER)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대부분의 지역에서 태양광과 ESS를 조합하면 24시간 전력 사용을 기존의 기저 발전인 석탄보다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며 비용적인 면에서도 ESS가 유리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서부 기준 균등화 발전 비용(LCOE)은 석탄 발전과 원자력 발전이 각각 118달러/MWh와 182달러며 태양광에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을 조합한 비용은 104달러다. 균등화 발전 비용은 전력 1kWh당 드는 평균 비용을 말한다.
관건은 중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 내용이다. 미국 ESS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은 수입액 기준 65%로 우리나라 10%를 훨씬 상회한다. 중국 제품에 40.9%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음에도 압도적이다. 미국은 내년 5%를 추가 부과할 예정이지만, 가시적 효과를 보일지 장담할 수 없다.
최근 미국 국회를 통과한 트럼프 감세안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에서 외국우려기업(FEOC)의 부품을 대상으로 부과하기로 한 물품세(excise tax)가 삭제된 점도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게 한다.
테슬라의 추이도 지켜봐야 한다. 지난달 말 테슬라는 네바다주 LFP 배터리 공장을 SNS에 공개했고, 해당 공장을 통해 전량 중국에서 수입하던 ESS 배터리를 자체 생산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향후 외부로까지 판매한다면 국내 업체들의 시장 경쟁 강도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유진투자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기대됐던 4680 출시는 4분기로 지연이 예상되며, 당분간 실적은 GM의 재고 축적과 AMPC 금액에 연동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