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만에 주가 7만원대…머스크 “규모 더 커질 듯”

삼성전자가 테슬라로부터 23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위탁생산 공급 계약을 따냈다. 그동안 분기마다 수조원대 적자를 냈던 파운드리 사업이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곧 추후 미국 빅테크 수주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의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SNS) 엑스(X)를 통해 “삼성전자의 텍사스 신규 (파운드리) 공장은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할 예정”이라면서 “이 공장의 전략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이날 오전 ‘글로벌 대형 기업’과 계약금액 22조7647억6416만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공급 계약을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 대비 7.6%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성 반도체 부문의 단일 고객사 기준으로 역대 최대로 ‘잭팟’ 계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33년 12월 31일까지다.
테슬라 AI6 칩은 그 의미가 크다. 고성능 자율주행을 넘어 옵티머스(Optimus) 휴머노이드 로봇, 도조(Dojo) 슈퍼컴퓨터 등에 쓰이는 통합형 AI 칩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삼성 파운드리가 초미세 공정 수율을 끌어올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블룸버그는 “이번 공급 계약은 삼성 파운드리 사업에서 2나노 공정 전환이 회복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수주 계약을 두고 삼성전자의 2㎚ 공정 기술력이 TSMC와 견줄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3㎚ 공정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2㎚ 공정에 사활을 걸었다. 삼성전자는 1㎚대 공정 개발을 당초 계획보다 미루는 등 사업 전략까지 선회하며 2㎚ 공정에 집중했다. 삼성전자의 현재 2㎚ 공정 테스트 수율은 60%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TSMC와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속도를 높일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3㎚ 공정에서는 체면을 구겼지만, 2㎚ 양산 및 대규모 계약 체결 시점은 TSMC와 유사하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2600′을 2㎚ 공정을 통해 양산한다. TSMC도 최근 애플의 AP 양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분기마다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하는 등 극심한 수주 부진에 시달렸다.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2분기 잠정실적에서 영업이익 4조6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시장에서는 이 중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이 1조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실적 부진의 주된 요인에는 파운드리의 적자가 꼽힌다. 이번 수주로 삼성 파운드리는 고객사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생산하고, 내년부터 가동 예정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생산을 맡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대만 TSMC와 벌어지는 점유율도 과제로 떠올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7.7%로, 중국 SMIC(6.0%)와 단 1.7%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아울러 이달 초 공지된 파운드리사업부의 올 상반기 목표달성장려금(TAI) 지급률은 0%였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25% 지급률에 따라 TAI를 받았지만 올 상반기엔 그마저도 지급받지 못했을 정도로 위기감이 감지됐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약 11개월 만에 7만원 선에서 장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6.83% 상승한 7만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삼성전자가 7만원선에 오른 것은 지난해 9월 4일 이후 처음이다. 상승폭은 지난해 11월15일(7.21%)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