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언론에 스테이블 코인이란 단어가 자주 오르내린다.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은 가치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계된 암호화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너무 커서 화폐로 쓰기엔 적절치 않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USD), 유로(EUR), 금(Gold) 같은 실물 자산이나 법정화폐에 연동(Pegging)되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스테이블 코인의 유형은 크게 3가지 형태가 있다. 첫째, 법정화폐 담보형으로 은행 계좌나 신탁기관에 실제 달러, 유로 등을 예치하고, 그만큼의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유형이다.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으나, 중앙은행이나 규제당국의 규제의존도가 높은 유형이다. 둘째, 암호화폐 담보형으로 이더리움,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예치하고, 초과 담보(Over-collateralization) 방식으로 발행하는 유형이다. 다만 이러한 방식은 암호화폐의 가치에 따라 변동하기 때문에 안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셋째, 알고리즘 기반 유형으로 자산 담보 없이 공급량 조절(발행・소각) 알고리즘으로 가격을 안정시키는 유형이다. 다만 수급 균형이 깨지면 한순간에 코인의 가치가 급락할 수 있어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유형이라 할 수 있다.
현재는 스테이블 코인 발행 회사는 사용자가 1달러를 입금하면 그에 상응하는 1개의 코인을 발행하는 법정화폐 담보형 코인만 발행되는 추세다. 스테이블 코인은 다른 가상자산과는 달리 가격이 안정돼 있어 실생활에서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국제 송금의 경우 실시간 송금이 가능하고 전통적인 금융기관을 통한 송금방식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다. 또한 스테이블 코인은 온라인 결제나 가상자산 거래소의 기축통화 역할을 담당하게 되어 디지털 자산시장의 핵심인프라인 동시에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 리스크에 대한 헤지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스테이블 코인 발행량은 엄청나게 늘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스테이블 코인 수는 2024년 60개에서 2025년 6월 기준 현재 170개 이상으로 급증하였다. 이 중에서 미국 달러에 연동된 테더(USDT)와 USDC(USD Coin) 2개 코인이 전체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25년 6월 말 기준 세계 스테이블 코인 시장은 약 2,500억 달러 규모로 알려졌으며, 이중 테더(USDT)가 약 1,600억 달러 이상, USDC가 약 660억 달러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스테이블 코인의 시장규모는 2028년까지 약 2조 달러로 늘어난다는 것이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전망이다.
스테이블 코인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국제금융시장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전략적인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2025년 회계연도 재정적자 규모는 1.9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어 재정위기에 처해 있으며 여기에 약 1조 달러에 달하는 무역수지 적자로 인해 기축통화인 달러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미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 시장을 키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7월 18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은 스테이블 코인의 법정 정의, 발행 절차, 공시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어 표면적으로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법이다. 코인 발행사가 미국의 자금세탁금지법과 제재법을 준수하고, 미국 달러와 단기 국채 등 유동성 자산을 담보로 보유하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표면적으로는 스테이블 코인을 규제하지만 실제로는 사용 촉진을 위한 법안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 4월 2일, 이른바 관세 조치를 발표한 이후 투자가들은 국채를 대량으로 매도하면서 국채 가격은 내려가고 국채 금리는 상승하였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당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하는데 그에 따른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스테이블 코인 시장을 의도적으로 키워서 담보로 제공해야 하는 미 국채의 수요를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 국채 가격은 높아지고 금리가 낮아져 재정적자에 따른 이자 부담을 완화하는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시나리오대로 흘러갈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 논의가 핀테크 및 금융계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원화 스테이블 코인 제도화를 위한 자본금 요건을 중심으로 한 4개의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다만 비기축통화인 원화를 활용한 스테이블 코인이 과연 글로벌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어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국내 금융・결제 혁신, 디지털 자산시장에 실질적 가치가 있는 만큼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사전 점검과 더불어 코인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인프라 구축, 전문인력 양성, 자금 세탁 방지 등 규제와 진흥이라는 줄타기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성남시혁신지원센터장 김세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