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파이낸셜이 100% 자회사로 두나무 편입
교환비율 산정이 '관건'…기업가치는 두나무가 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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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네이버의 100% 손자회사가 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이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두나무 지분 100%를 확보키로 하면서다.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력과 네이버의 지급결제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결합되는 셈이다.

이번 빅딜은 국내 디지털 금융 산업계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7년만에 경영에 복귀한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의 결단으로 초대형 디지털 금융사가 탄생하면서다. 

특히 경영에 복귀하며 AI(인공지능) 경쟁력 강화 등 미래 먹거리 발굴 및 시장 선점에 방점을 찍은 이해진 의장의 선택이 가상자산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만 하다. 또 그간 국내에만 머물렀던 국내 최대이자 글로벌 4위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해외진출도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아직 주식교환 비율이 공개되지 않아 이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계산법에 따라 다르지만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네이버파이낸셜보다 크게 높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 송 회장이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가 될 수도 있다. 

나스닥 상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 자회사로 편입되며 두나무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상장은 중복 상장 논란으로 어려움이 예상되고, 나스닥에 상장하려면 자회사는 모회사와 별개로 미국법에 따른 독립 법인이어야 해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은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양사는 다음달 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 시너지는 '확실'…네이버는 '스테이블코인' 얻고 두나무는 해외 진출

빅딜이 성사되면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의 결제 인프라와 두나무의 가상자산 관련 네트워크가 결합하게 된다. 국내에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가 단숨에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네이버가 두나무의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네이버페이 운영 노하우를 결합해 스테이블 코인 지급결제망을 구축한다면, 이커머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네이버가 올해 출범한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스테이블 코인 결제가 가능해질 가능성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네이버와 두나무의 원화 스테이블 코인 사업이 현실화 될 경우 2030년까지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두나무는 해외 진출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네이버의 메신저 라인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과 동남아 시장 진출이 용이해 질 것으로 보인다. 두나무는 국내 최대 거래소지만 국내 한정이라는 한계가 명확했다. 이번 빅딜로 두나무는 바이낸스나 코인베이스와 같은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다. 

■ 교환 비율이 문제…이해진·송치형의 결단 필요

관건은 주식 교환 비율이다. 자회사로 편입되는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모회사 네이버파이낸셜보다 크게 높기 때문이다. 이익 규모도 두나무가 훨씬 크다.

두나무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 7300억원, 영업이익은 1조 1900억원, 당기순이익은 9837억원에 달한다. 연간 80조 규모의 결제 규모를 확보한 네이버파이낸셜은 같은 기간 매출액 1조 6500억원, 영업이익 1035억원, 강기순이익 1623억원을 기록했다. 두나무가 10배 가량 더 돈을 버는 셈이다.

기업가치도 두나무가 높게 평가된다. 비상장 주식이 거래되는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두나무의 시가총액은 약 10조 7000억원을 기록중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 시장가치는 약 14조~15조원대로 추산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시장 추정 가치가 6조~8조원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두나무의 가치가 약 두 배 정도 높게 평가되는 셈이다. 

더 냉정하게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에 따라 양사의 가치를 계산하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상증법은 비상장 기업의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를 가중평균하는 보충적 평가방법이다. 순자산가치는 평가기준일 현재 당해 법인의 자산의 합계액에서 확정된 부채를 차감하고, 발행주식 총수로 나누어 계산한다. 

상증법으로 두 회사의 가치를 추산하면 두나무는 약 7조원, 네이버파이낸셜은 약 1조 2000억원이다. 양사가 매출 규모는 비슷하지만 영업이익, 시장가치, 기업가치 등에서 모두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을 압도하는 구조다. 

대략적으로 두나무의 기업가치를 네이버파이낸셜의 두 배 정도로 산정하면 교환비율은 66.7% 대 33.3%가 된다. 상증법 계산을 적용하면 85.3% 대 14.7%까지 올라간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는 네이버다. 지분 75%를 들고 있다. 나머지는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들고 있다. 두나무는 송치형 회장이 25.5%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고 김형년 부회장이 13.1%를 갖고 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10.6%, 우리기술투자와 한화투자증권이 각각 7.2%, 5.9%를 가졌다. 

현재 상정한 가치로 교환 비율을 계산하면 송치형 회장의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율이 크게 올라간다. 교환 이후 송치형 회장은 대략 15~20%의 지분을 가진 2대주주로 올라선다.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더 높게 평가된다면 송치형 회장이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도 낮지만 있다.

증권가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의 가치를 더 높게 본다. 유사 사업을 영위중인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를 고려한 네이버파이낸셜의 추정 가치를 약 13조 6000억원까지 추산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 파이낸셜은 비상장 업체이고 아직 주식 교환 비율 등이 공개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많으나 현재 비상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10조 7000억원 수준(영업이익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한 기업가치는 14조원) 기업가치를 고려하면 네이버파이낸셜 시가총액은 약 13조 6000억원으로 추정된다"라며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주식 교환 비율을 1:0.93으로 예상했다. 

이어 "이 경우 네이버는 28조 5000억원 합병 법인의 지분율 37.9%를 보유하게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도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다. 두나무 측이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가 되는 셈이고, 경쟁사인 카카오 계열의 카카오인베스트먼트도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상당 부분을 갖게 된다. 이에 네이버가 두나무 자회사 편입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네이버파이낸셜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도 언급된다. 

■ 네이버 주가는 오르고 두나무 투자사들 주가는 떨어져

두 회사의 결합 소식에 시장도 반응했다. 앞으로 스테이블 코인, 비상장주식 거래 등의 신사업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네이버의 주가는 크게 뛰었고, 상장 기대감이 희미해진 두나무 투자사들의 주가는 하락했다. 

네이버의 주가는 24일 22만 8000원에서 25일 종가 기준 25만 4000원까지 11.4% 급증했다. 25일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약세였음에도 네이버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반면 두나무의 주주인 우리기술투자와 한화투자증권은 각각 8.02%, 4.93% 하락했다. 비상장 시장에서의 두나무 주가는 한때 14%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두나무 주주들이 실망감을 나타낸 것은 상장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두나무는 그간 미국 나스닥 상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비상장 시장에서 투자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FI(재무적 투자자)들도 상장을 통한 엑시트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자회사가 되면 상장이 어려워진다. 무리해서 상장을 하더라도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낮아지기도 한다. 

나스닥 상장을 위해서는 미국법에 따라 모회사와 분리된 독립 법인이어야 한다. 운영과 재무도 모회사와 별개다. 시선을 국내 시장으로 돌려도 중복 상장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네이버는 상장 계열사가 없는 상태여서 네이버 주가 자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비상장사여서 기업가치 계산 방법과 교환 비율이 양사 합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FI들이 들고 있는 지분이 어떻게 정리될 것인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두나무가 국내든 해외든 상장을 한다면 네이버의 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또 송치형 회장이 갖게 될 지분 규모와 자회사 편입 이후 맡게 될 역할도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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