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자본 적정성 업계 최하위"…경영개선권고 부여
롯데손보 "당국 주관적 판단…위법성 소지"…소송 맞대응
부실 낙인에 몸값 하락 불가피…한국금융지주 인수 고민↑

롯데손해보험의 M&A(인수·합병) 시계 멈출 위기에 처했다. 금융당국이 부실한 건전성을 이유로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받으면서 대외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롯데손보 노사는 모두 당국의 결정에 반발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력 대응 방침을 세웠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현재 롯데손보 인수를 위한 실사를 마치고 가격을 고민 중인 가운데 지난 5월 후순위채 콜옵션(조기상환) 행사를 두고 당국과 한 차례 갈등을 빚은 롯데손보를 인수할지 관심이 몰린다.
◆ "롯데손보 자본 적정성 업계 최하위"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개최한 정례회의에서 롯데손보에 적기시정조치 중 가장 낮은 단계인 경영개선권고를 부과했다. 적기시정조치는 금융산업 지배구조에관한 법률(금산법)에 강행 규정으로 돼 있어 요건에 해당하면 자동으로 대상이 된다. 금융당국이 건전성이 악화한 금융사에 경영개선을 하도록 요구하는 행정조치로 금융사가 경영개선권고를 받으면 부실자산 처분이나 증자, 사업비 제한 등의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는 결국 롯데손보의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 때문에 내려졌다. 지급여력(K-ICS·킥스)비율 규제에 따라 보험사는 보험금과 해약환급금 등으로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돈과 비교해 130% 이상의 자본을 보유해야만 한다. 롯데손보의 지난 9월 말 기준 킥스는 141.6%로 당국의 권고치(130%)를 넘어섰으나 당국은 여전히 롯데손보의 건전성이 나쁘다고 평가했다.
금융위는 "롯데손보 킥스가 당국 권고치를 웃도는데도 왜 이 같은 조치를 하게 됐냐면 경영 실태 평가는 킥스만 보는 게 아니다"라며 "자본 적정성 관리를 위한 전사적인 대응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롯데손보는) 계량적인 부분에서 자본 적정성이 손보업권 중 취약하다"며 "기본자본지급여력 비율은 –12.9%로 업계(평균 106.8%) 최하위권이다"라고 부연했다.
이번 조치가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는 자본적정성 평가 항목 중 비계량 평가가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본적정성 평가는 계량평가 60%와 비계량평가 40%로 나뉘는데 롯데손보의 지난해 6월 말 기준 자본적정성의 계량평가 등급은 3등급이었다.
다만 금융감독원이 '자체위험·지급여력평가체계(ORSA)' 도입 유예 등을 이유로 비계량평가에서 4등급을 부여하며 전체 자본적정성 등급이 4등으로 떨어졌다. 2005년 쌍용화재 이후 비계량평가를 근거로 금융사에 적기시정조치가 내려진 첫 사례가 됐다.
금융위는 "롯데손보는 지난 2021년 9월에 적기 시정 조치를 한 번 유예를 받은 적이 있다"며 "당시에도 지적받은 문제점이 4년이 지났음에도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2023년 7월 금감원이 경영진 대주주 면담 후 수시 검사 결과에 따라 경영 취약사항에 대한 개선 계획을 제출했는데 똑같은 문제점들이 계속 반복됐다"고 짚었다.
◆ "금융당국 판단 위법 소지 있어…소송으로 맞대응"
롯데손보는 금융당국의 결정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당국의 주관이 반영된 비계량평가를 비판했다. 당국이 비계량평가에서 4등급을 부여한 사유인 ORSA 도입은 경영실태평가(RAAS) 평가 매뉴얼에 근거하는데 회사는 매뉴얼보다 상위 규정인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 의거해 적법한 이사회 의결을 거쳐 ORSA 도입을 유예했다고 주장했다.
롯데손보는 "현재 금융당국은 ORSA 전면 도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작업 중에 있으며 실제 지난 5월 보험업계에 가이드라인 초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요청하는 등 제도 도입이 진행 중인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53개 보험사 중 ORSA를 유예하고 있는 회사는 총 28개사로 절반 이상의 보험사가 롯데손보와 똑같이 ORSA 도입을 예정·유예 중"이라며 "ORSA 도입 유예를 비계량평가 4등급 부여와 경영개선권고의 부과 사유로 삼는 것은 상위 법령에 따른 적법한 ORSA 도입 유예 결정을 하위 내부 규정인 매뉴얼을 근거로 제재하는 위법성 소지를 가지고 있다"고 당국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롯데손보는 실적과 킥스 등을 따져 회사의 자본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롯데손보의 올해 3분기 누계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0% 증가한 1293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순이익 역시 45% 늘어난 990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정기검사와 올해 2월 추가검사를 통한 경영실태평가 기준일인 지난 6월 말 기준 킥스는 173.1%로 당국의 권고 수준을 상회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롯데손보는 "2019년 10월 대주주 변경 이후 내재가치 중심 경영을 통해 ▲장기보험 중심의 보험 포트폴리오 개선 ▲대체투자 축소 등 투자자산 리밸런싱 ▲디지털 전환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기업가치 개선 작업을 수행해 왔다"고 강조했다.
당국이 업계 최하위권이라고 지적한 기본자본비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제도 시행 방안과 규제 수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제도상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제도 확정 이후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롯데손보 노동조합 측은 금융당국에 대해 투쟁과 소송전으로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롯데손보 노조는 이날 금감원, 오는 7일에는 금융위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롯데손보 측은 행정소송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증자 여력은 없고 당국과 갈등만…몸값 하락 불가피
롯데손보가 당국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까지 이어지게 되면서 매각 작업에도 불가피하게 차질이 생기게 됐다. 롯데손보의 대주주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로 지난 2019년 롯데손보를 3734억원에 인수한 이후 2023년부터 매각 작업을 본격화했다. 당시 JKL파트너스가 원하던 롯데손보의 몸값은 3조원 안팎이었으나 시장에서는 비싸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금융그룹이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해 관심이 몰리기도 했으나 우리금융은 롯데손보의 몸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표류하던 회사는 지난 8월 보험업 진출에 관심을 나타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실사를 진행하면서 매각 급물살을 탔다. 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는 가격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롯데손보가 거듭 당국과의 갈등을 빚으면서 협상에도 변수가 생겼다.
롯데손보는 이미 지난 4월 한 차례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 여부를 두고 당국과 날 선 공방을 벌인 바 있다. 당시 금감원은 재무 건전성을 이유로 롯데손보가 5년 전 발행한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에 제동을 걸었다.
롯데손보는 금감원의 제지에 반발하면서 콜옵션 행사를 강행하려 했으나 금감원은 끝내 승인을 내주지 않으면서 롯데손보에는 "전레 없는 일"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이때부터 롯데손보가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조치로 당장 M&A 과정에서의 몸값 협상도 롯데손보 측에 불리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당국의 부실 낙인은 그 자체로 엄청난 리스크다. 당국은 단기간에 시정 조치 사유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주주 증자가 있어야 한다는 여지를 남겼으나 JKL파트너스의 자본금은 300억원이 조금 넘어 이마저도 여의찮은 상황이다.
현재 JKL파트너스가 롯데손해보험의 몸값으로 요구하는 금액은 2조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