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도입되며 보장성보험 확보 경쟁 치열…사업비율↑
교보생명, 과한 시책 GA 대신 전속설계사·방카슈랑스 집중

3분기 예실차 쇼크로 보험업계가 충격을 받았지만 교보생명은 이를 비켜간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보험대리점(GA)에 의존하지 않고 전속 설계사와 방카슈랑스 위주의 영업으로 사업비율을 줄이고 수익 구조를 개선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예실차란 보험사가 미래에 지급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 보험금 및 사업비과 실제로 발생한 금액의 차액을 의미한다. 예실차는 기존 통계에 의거해 각 보험사가 계리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그간 보험사들이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을 통해 실적을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부분이기도 하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들에 3분기 예실차 손실이 발생했다. 예실차 손실은 예상보다 많은 보험금과 사업비가 지급됐다는 의미다. 예실차 손실은 생명보험 업계과 손해보험 업계를 가리지 않았다.
생보업계의 경우 의료파업 종료 후 병원 진료가 늘어나며 보험금 청구가 늘었고, 영업일수도 이전 분기 대비 증가한 것을 악화 요인으로 지적했다. 손보업계는 실손보험 중심의 장기보험 손해율이 악화된 것이 원인으로 파악된다.
다만, 시장 상황 악화가 예실차 손실을 전부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초부터 보험사들은 손해율 등 보험사의 보험손익 개선 요인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GA에 과도한 시책을 지급하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절판 마케팅에도 적극적이었다.
이에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낮은 손해율 가정이 누적되며 결국 보험사들의 예실차가 실적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교보생명의 예실차가 흑자를 기록한 것도 시책 경쟁에서 한 발 물러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주요 보험사 중 삼성생명의 예실차는 3분기 누적 161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70억원 흑자였다. 한화생명은 1560억원에서 1930억원으로 손실이 늘었다. 손보사 중에서는 삼성화재가 2075억원 흑자에서 474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현대해상이 777억원에서 2347억원으로 손실폭이 커졌다. DB손해보험도 1460억원 흑자에서 2070억원 적자를 냈다.
지난해부터 보험사들은 영업력 강화를 위해 GA에 과도한 시책을 지급했다. 시책이란 기본 모집 수수료 수당 외에 지급하는 특별수당을 말한다. 금감원은 월납 보험료의 1200%를 시책 기준치로 제시하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 지면 2400%까지 지급하는 사례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라이나생명은 GA 채널에서 건강보험 판매 시책을 한때 최대 2900%까지 늘렸다. 동양생명은 2000%, ABL생명은 1800%, KB라이프생명 2150% 등까지 올리기도 했다.
이는 새 회계제도(IFS17) 도입 이후 수익성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 보험 판매를 늘리려는 보험사의 경쟁 때문이다. IFRS17에 따라 보험서비스마진(CSM)이 중요한 기준으로 부각되며 마진이 높은 보장성 보험 판매가 절실해져서다. 생보업계와 손보업계가 같은 고객군을 두고 경쟁한 것도 보험사 간 경쟁을 더욱 심화시켰다.
과도한 시책은 보험사의 비용인 사업비율을 크게 올린다. 사업비율은 수임한 보험료 중 설계사 수당, 판촉비, 마케팅비 등에 사용되는 비용의 비율을 말한다. 낮을수록 효율적인 셈이다.
생보업계의 평균 사업비율은 약 20% 수준이다. 2023년 약 17% 수준에서 3%p(포인트) 가량 늘었다. 손보업계는 약 16% 정도다. 교보생명의 경우 올해 8월까지의 사업비율을 전년 동기 17.7% 대비 15.7%로 줄였다. 과도한 시책 경쟁에서도 한 발 물러섰고, GA 채널 강화 대신 전속 설계사와 방카슈랑스를 십분 활용했다. 삼성생명이 같은 기간 20.3%, 한화생명이 25.7%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교보생명의 사업비율은 크게 낮은 편이다.
이에 교보생명은 올해 3분기까지 125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연결 기준 88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3분기 신계약 CSM은 3983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236억원 늘었고, 3분기 말 누적 CSM 잔액은 6조 3885억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1474억원 증가했다. 별도 기준 순이익이 8470억원으로 감소한 것이 아쉽지만, 건강보험 중심의 보장성보험을 확대하면서 경상이익 증가에 집중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시현했다는 평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도한 시책 경쟁이 보험사에 부담인 것은 사실이지만 IFRS17 도입 이후 보장성보험 확보 경쟁이 치열해 진 상황에서 어쩔수 없는 측면도 있다"라며 "교보생명의 경우 GA에 의존하지 않는 판매 채널 강화가 예실차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