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사태 키운 '사외이사 책임론' 고조…"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사외이사 개혁해야"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뜨거운 한여름 폭염 만큼이나 최근 5개월간 금융권을 뜨겁게 달궜던 'KB사태'가 서서히 사그라들고 있다.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불거진 KB조직 내홍은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불명예 동반 퇴진하는 최악의 결말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한국금융의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된 이번 사태의 여진으로 '좌불안석'인 이들이 있다. 바로 KB 사외이사들이다.

KB 조직내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고, 이를 해소해 내부 정상화를 이끄는 '갈등조정자'로서의 역할 수행에 힘을 쏟아야 했지만, 최근까지 수수방관하고 있다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임 회장을 해임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이러한 방관자적 태도에 KB 경영진으로 쏠렸던 비난의 화살은 이제 KB 사외이사진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금융권은 물론 언론에서도 작심이나 한 듯 이번 사태를 키운 공범으로 사외이사를 지목하며 연일 날선 비난을 퍼붓고 있다.  

낙하산 인사와 주인없는 관치금융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KB사태가 수개월을 끌어오는 동안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할 책무를 부여받은 사외이사들은 '대체 뭘 했냐'는 물음표다. 

KB금융 사외이사는 총 9명이다. 8명이 서울대 상대 출신이고, 금융실무 경험이 없는 대학교수가 6명에 달한다. 은행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 새 사외이사는 기존의 사외이사들이 뽑는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인물이나 정권의 낙하산 인사가 올 여지가 생긴다.

회장 선임은 물론 관련 규정을 만드는 일까지 사외이사들의 몫이다. 지주 회장에 사외이사 9명으로 꾸려진 KB 이사회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쥐고 있는 셈이다.

'사외이사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이들의 높은 보수도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KB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1인당 평균 1억1500만원에 달하는 거액의 연봉을 받았다. 이들은 회의 한 번 출석에 500만원이 넘는 보수를 챙겼다.

고연봉에다 막강한 힘을 가진 사외이사들이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KB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은 당연한 귀결이다. 

각종 악재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KB는 조직내 썩은 부위를 도려낼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적임자를 차기 회장으로 선출해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이뤄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책임과 권한이 분명한 이사회 구축이 선행돼야 함은 분명하다.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KB 직원들과 주주들이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낙하산끼리의 권력다툼에 지칠때로 지친 KB 직원들의 자부심은 순식간에 땅에 떨어졌고, KB금융의 주가도 곤두박질 쳐 그 피해는 주주에게 돌아갔다. 

사외이사직은 조직의 발전과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자리다. 개인의 사적 이익을 배제한 체, 직원들이 'KB맨'으로서의 사명감과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장기적인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고객들로부터 무한 신뢰를 받는 금융사로 재탄생시킬 수 있을지. 본인들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지금은 KB의 중장기 발전을 위한 '멀리보기'가 필요한 때다. '완치는 병의 뿌리를 뽑아내면서 시작된다'는 말을 새겨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