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외 경쟁력 차별화 외치다 돌연 초저가 정책 돌변
정용진 부회장 공들인 중국 이마트 사실상 실패 후 국내 확장 시각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이마트의 초저가 가격정책으로 유통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가격이외 경쟁력 차별화를 강조하던 이마트가 돌연 소셜커머스 업체와 ‘1원 전쟁’을 벌이면서 시장에서는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공들인 이마트 중국 사업이 사실상 실패로 끝나면서 국내 시장 확대로 유턴했다며 이번 초저가 정책이 그의 경영능력 검증에 대한 잣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18일 장당 309.8원에 판매키로 한 하기스 매직팬티를 다시 307.6원으로 추가 인하했다. 앞서 쿠팡은 해당 제품의 가격을 313원에서 310원으로 낮춘 바 있다.
분유도 마찬가지다. 이마트가 남양 임페리얼XO 3단계(3입)를 1통 기준 2만1333원에서 1만8200원으로 낮추자, 쿠팡도 1만8193원으로 내리면서 서로 가격을 경쟁적으로 내리고 있다.
양사 모두 자체 기준에 따라 가격을 조정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수일 간격으로 상대방 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과정이 되풀이 되면서 결국 서로를 겨눈 가격정책이라는 분석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양쪽 모두 관련업계 1위사로 자존심 차원에서라도 빼든 칼을 쉽게 접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마트가 정체기로에선 오프라인을 대비해 온라인몰을 강화해왔다는 점에서 온라인 유통업체들과의 공방은 사실상 정해진 수순이었다”면서 “이번 전쟁이 업계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위메프와 티켓몬스터도 이번 가격전쟁에 뛰어든 상태다.
확전에 따른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송치호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분유 외 다른 식품 카테고리는 일반적으로 경쟁 기업들의 수가 많아 온라인화가 가속화될 시에 경쟁심화로 인한 우려가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마트의 가격전쟁을 다른 각도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마트가 지난해부터 차별화를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과거와 별로 달라질 것 없어 보이는 최근 공격적인 행보는 다소 의외”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마트는 다양한 변화와 도전을 시도했다고 대내외에 적극 알려왔다. 이마트는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활 속 가치에 부합하는 상품, 서비스, 가격을 개발한다는 '비밀 연구소'를 만들고, 실용성을 강조한 ‘노브랜드’도 도입됐다. 신개념 유통공간이라고 강조한 ‘이마트 타운’도 오픈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정용진 부회장이 있다. 지난해 정 부회장이 SNS를 통해 "새로운 이마트는 가격 할인이 아닌 이마트를 찾아와야 할 본질적인 이유에 대해 고민한다"며 "앞으로 만나게 될 세상에 없던 새로운 이마트를 기대해달라"고 밝힌 것은 유명하다. ‘우리가 제일 싸다’는 레드오션식 경쟁을 버리고 이마트만의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로 인식됐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이마트가 초저가 경쟁에 뛰어들자, 여기에는 이마트의 절박함이 깔려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마트의 첫 해외진출지인 중국시장은 이마트의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된지 오래로, 1997년 상해에 1호점을 오픈한 뒤 28개까지 늘어났던 매장은 수익성 부진으로 현재 8개로 줄어든 상태다. 최근에는 1호점 폐점 결정이 알려지면서 철수설까지 나돌기도 했다. 이마트측이 이를 부인했지만, 중국 사업은 사실상 실패한 사업이라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강조한 ‘새로운 이마트’가 그리 새롭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 이마트타운은 대형마트 이마트와 코스트코의 대항마로 세운 창고형할인점 트레이더스의 묶음이다. ‘노브랜드’ 역시 해외 노네임 제품들과 비슷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신개념 일지는 몰라도 그의 말처럼 ‘세상에 없는’까지는 아니라는 말이다. 이마트가 여전히 골목상권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라는 점도 크게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