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의송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
현의송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

필자는 2005년 어느 날 히구마 교수와 그를 따르는 세미나 회원 10여명과 함께 히로시마(廣島)북쪽 시오바라(鹽原)지역에서 가구라(神樂)를 관람한 적이 있다. 가구라는 일본농촌의 전통 공연예술로 밤을 새워가며 진행된다. 뜬 눈으로 밤을 보내고 다음 날은 시미네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이와미긴산(石見銀山)을 견학하는 기회가 있었다.

인구 10만명 정도의 지방도시에 있는 이와미긴산은 시대를 앞서가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그때부터 환경을 고려해서 전기자동차, 자전거, 1인 택시만을 이용해서 관내를 관광하게 되어 있었다. 히구마 교수는 “이와미긴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어 절대적인 보존이 필요하고 시장의 리더십과 글로벌 안목이 뛰어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와미긴산의 이와쿠니데쓴도(岩國哲人) 시장은 이 곳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금융전문가였다. 이즈모(出雲)시의 주민들이 미국에까지 가서 고향을 살려달라고 그를 설득해서 모셔왔다고 한다. 그는 주민들의 요청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고향에 돌아와 시장으로 당선되어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면서 일본 전역에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쿠니 시장은 시장출마를 수락한 전제조건으로 모든 정당의 연합공천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즈모시가 있는 시마네현은 다케시다(竹下) 전 수상의 지역구 이므로 자민당의 압도적 우세지역이다. 그래서 사실상 다른 당의 공천은 필요 없는 지역이다. 그러나 이와구니씨는 자민당 공천은 물론 사회당, 공명당, 민사당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는 것. 자민당의 지지자만 보고 하는 폐쇄적인 행정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참가해서 책임도 함께 지는 열린 행정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공산당을 제외한 다른 모든 정당의 추천을 받았다. 여기에 공무원노조도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응원해 주었다고 한다.

그는 상대 후보를 사퇴시키는 등 무투표 당선은 안한다고 선언했다. 대립하는 후보를 설득하여 무투표 당선하는 방법도 있지만 반드시 투표를 통해 당선해야한다고 했다. 선거운동을 통해 시행정의 목표를 설명하는 기회를 만들고 시민들의 생각과 요망을 들어볼 중요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미국에서 대통령후보자는 1년 동안 미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자기정책을 발표하고 폭넓은 국민의 소리를 들어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현된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압도적으로 당선되었다.

이와쿠니는 1989년 당선하자마자 취임식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시청은 가장 좋은 서비스 회사다. 직원 여러분은 새로운 의식개혁이 필요하다. 이제까지 해왔던 관행은 완전히 버리고 나와 함께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해 주기 바란다. 시청은 시민들에게 도움도 주고 가르침도 주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가 있다면 추천해라. 인사에 반영하겠다. 다만 추천 대상자는 여러분 보다 능력이 우수한 사람을 추천해 줘야 한다.

취임 후 일주일이 지나 가장 먼저 시내에 있는 대형쇼핑쎈터에 토요일과 일요일에 운행하는 시청민원창구를 설치했다. 그는 공직자의 서비스의식은 민원처리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원처리시 “전향적으로 검토한다는 대답은 절대 사용 못하게 했고,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의 대담을 하도록 했다. 가)다음주 중 반드시 회신해 드리겠습니다. 나)1개월이내에 회신 하겠습니다. 다)3개월 이내로 회신하겠습니다”. 이와쿠니 시장은 이외에도 개호수당제도 시행, 고령자복지카드 발행(의료, 신상, 신분증 ,신용카드기능포함), 애경사불참선언, 명절선물금지, 고령자 교부세제도 등을 제안하고 실행했다.

임기 4년이 되어가는 어느 날 이와구니 시장은 직원회의 석상에서 “이즈모 시청 업무를 담당하는 시청직원들은 반드시 세계역사를 공부하지 않으면 채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세계역사를 통해 일본의 위치와 미래방향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시장을 두번째 하는 동안 연구하고 고민해 보니 지금과 같이 시대가 흘러간다면 지방의 시대는 오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든다면서 그는 농민에게 쌀 감산을 지시한 것처럼 동경지역의 대학생 정원감반정책이 필요하다고 중앙정부에 제안했다. 즉 교양과정 2년은 농촌에서 공부하고 전공과정은 동경이나 대도시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수도권 각 대학을 전국에 분산하는 정책이 금후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을 위해 해결해야할 필수적 과제라고 주장했다.

시청직원의 의식개혁을 주장하고 새로운 지역개발방향을 제시한 것은 일본 전국의 지자체와 중앙부처의 고위관료에게 큰 충격이 되었고 지방자치의 모델이 되었다는 평가다. 일본의 최고의 평론가인 다케무라겐이치(竹村健一)씨는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경제전문가를 일본의 행정에도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인재를 하나의 조그마한 지방에서 시장으로 모셔가는 것은 이즈모시의 입장에서는 매우 훌륭한 일이지만 일본국가의 입장에서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보다 더 훌륭한 것은 30년 동안 고향에서 떠난 사람을 시장으로 모셔오는 이즈모 시민 모두가 대단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도의회 의원, 시의회 의원의 입장에서는 시장이 될 기회가 멀어졌는데도 이와구니씨의 당선을 위해 응원한 것도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행정의 장을 선거로 선출한 역사도 30년이 되어간다. 후보자의 정당소속 여부에 불구하고 경영능력자를 모셔오는 생활행정이 되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지방행정은 정치가 아니고 정당여부를 떠나 생활을 지원하는 서비스업이라는 생각으로 경영자를 모셔오는 풍토가 되기를 기원한다. 미국증권회사의 연봉 10억 엔을 버리고 일본의 작은 지자체 고향에서 연소득 1억 엔을 선택한 것은 이와구니 시장의 고향을 사랑하는 직업관이외의 어느 무엇으로도 설명하기가 어렵다.

현의송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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