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의송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
현의송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

일본인 후루가와신이치(古川愼一)씨는 증권사, 생명보험사, 은행, 자산운영사 등에서 38년 경력을 쌓아온 금융전문가다. 그는 정년퇴직 후에도 금융과 관련된 곳에서 일을 할 것으로 모두가 생각했으나 의외로 농업분야에 뛰어들었다. 귀농 귀촌의 형식도 아니고 농업법인을 설립하고 시설원예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60세 이전부터 제2의 인생을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농업비지네스라는 계간잡지에 실린 농업취업인구 관련 특집을 보게 됐다. 특집에는 2005년 말 330만 명인 농업취업인구가 2015년에 209만 명으로 10년 사이에 121만 명(38%)이 감소했디. 2035년에는 142만 명으로 67만(38%) 명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농업인구 209만 명중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63.5%가 되어 농업분야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는 것. 어느 산업보다 인구 감소가 심한 산업이 농업분야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는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생명산업이 위기라는 직감이 들었다. 이 특집을 보는 순간 정년후의 인생 2모작을 농업분야라고 그는 결정했다. 일본농업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농업분야에  참여함으로서 조금이나마 국가사회에 공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일본 전체의 인구가 완만하게 줄어드는데 반해 농업인구의 감소는 그 몇 배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식량생산의 안정적 확보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능력이 높은 차세대형 시설농업의 시대가 올 것으로 확신했다.

차세대형 시설농업을 생각하면서 일본인의 토마토 섭취량이 세계 각국에 비해 너무 적다는 이야기를 들은바 있었다. 토마토 1인당 섭취량은 이탈리아 27kg, 중국 31kg, 미국 38kg, 터키 99kg 순이다. 세계평균은 18kg 이고 , 한국인은 7kg, 일본인은 10kg이다. 토마토의 연간 섭취량이 많은 나라들은 주로 지중해연안의 나라이고 토마토를 생과보다는 음식의 재료로 사용하는 나라들이다. 고기나 생선 체소와 같이 넣어 만든 요리를 즐겨먹는 나라들이다. 토마토는 글루타민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서 다시마처럼 맛을 내는 식재료로 사용된다.

일본은 토마토를 생과로 먹는 나라이지만 여기에 토마토를 조리해서 먹는 식문화를 창조한다면 일본에서도 30kg까지 소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지나 무 배추 등 일반체소는  소비량을 3배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토마토는 3배의 소비증대를 기대 할 수 있는 품목으로는 최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2016년 퇴직과 동시에 식물공장연구회와 치바(千葉)농업대학이 주최하는 식물공장 연수회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증권 업무를 처음시작 할 때의 도전정신으로 2모작의 시작도 같은 정신으로 계속 공부하면서 출발했다. 태양광형 강좌, 인공광형 강좌 등  20여개의 강좌에 참석 8개월간 공부했다.

2016년 6월 말 동경에서 개최된 GPEC(시설원예, 식물공장전 2016)에서 일본에서 처음으로 식물공장에서 토마토를 1단보 당 수확량이 50톤을 3년 연속 달성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를 보고 곧 하우스를 발주하겠으니 연수 시켜줄 것을 부탁했다. 2016년에 45일, 2017년에 30일 2년에 걸쳐 매우 실천적인 기술을 배웠다.

우선 어떤 직업이든 지식, 기술, 인맥이라는 3요소가 갖추어져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평소 지론이었다. 전문가는 수강 받는 사람의 자세가 시간과 돈도 지불하지 않고 배우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전문적인 것은 빼고 적당히 가르쳐 주고 만다. 그래서 고비용을 지불하고라도 배우려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서 배우기로 했다. 자기도 전문가가 되었으면 또 한 단계 질 높은 전문가를 찾아서 배우는 것이 모든 업계의 보편적인 학습패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경근교 가나가와(神奈川) 현내에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 농장을 마련하기로 하고 가나가와현 농업기술센터를 방문 농장 적지를 알선해주도록 부탁했다. 기술쎈터의 알선으로 30년 계약으로 0.6ha의 농지를 임대했다. 2017년 임차한 땅에 이노치오사의 최신기술을 활용한 0.3ha의 태양광형 통합환경 제어하우스를 건설했다. 가나가와현 농업기술센터가 개발한 쇼난포로몬 이라는 토마토 품종을 2개의 모종이 담긴 35단 토마토재배를 시작했다. 2년이 지난 현재 큰 토마토의 경우 출하량기준으로 단보당 50톤의 수확량 목표를 달성했다. 품질도 당도도 목표치를 달성했다. 당도를 결정하는 글루타민산이 5200ppm으로 일반 방울토마토 700ppm보다 6배 더 높은 수치다.

하우스에서 사용하는 컴퓨터기기나 제어기계가 없으면 이 정도의 당도를 내기는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생육환경에 맞추어서 세밀하게 조절한 배양액의 성분과 분량관리가 포인트다. 하우스 시설비의 2억 엔은 20년 만기로 국책은행인 농림어업금융공고에서 차입했다. 감가상각을 포함해서 채산을 맞추려면 최소한 30년의 기간이 필요하나 현재는 20년이 상환기간이다. 그의 나이가 60세이니 돈을 벌어도 큰 의미는 없고 주식을 양도하는 방법으로 농업법인은 존속이 가능하므로 사후에도 농업경영체로 존속 발전하는 것이 그의 희망이라고  한다.

인간은 끈임 없이 노력하는 것이 자기실현이고 이를 중도에 포기하면 죽은 목숨과 같다. 생애현역이 진정한 행복이다. 모든 국민이 끊임없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것이 후루가와의 천직의식이고 직업관이다.

*이 글은 일본의 농업비지네스 계간지의 편집인 아오야마히로코씨가 보내준 농업비지네스 2020년 겨을 호 자료와, 후루가와신이치씨의 지인 강창희씨의 도움으로 작성됨.

현의송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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