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덕 작가·번역가
장경덕 작가·번역가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처럼 일할 수 있게 되더라도 몸값이 너무 비싸면 아무도 들여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 로봇이 언제쯤 우리와 자연스럽게 섞여서 일할 수 있을지 가늠하려면 로봇 일꾼의 경제성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시티그룹은 작년 말 보고서에서 로봇 가격에 따라 투자 회수 기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결론은 놀라웠다.

분석팀은 먼저 사람과 같은 일을 하는 로봇 한 대 값이 중·소형차 한 대와 맞먹는 1만5000~3만5000달러대로 떨어지는 경우를 가정했다. 실제로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양산이 이뤄지면 가격을 2만~3만 달러로 낮출 수 있을 거라고 한 일론 머스크의 구상이 실현된다고 해보자. 예컨대 로봇 몸값이 2만5000달러라고 하자. 그렇다면 로봇 일꾼에 투자한 돈을 다 뽑는 데 1년이 채 안 걸린다는 게 분석팀의 결론이다.

미국의 연방 차원 최저임금은 2009년 이후 7.25달러에 묶여 있다. 로봇이 최저임금 노동자를 대신해 일한다고 해보자. 로봇은 주 96시간을 일할 수 있다. 배터리 교체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시간을 고려해 하루 16시간씩 주 6일을 일한다고 가정했다. 주 40시간 일하는 노동자 두 사람보다 많은 일을 한다는 말이다. 극단적으로 하루 23시간 7일 내내 일하는 로봇은 네 사람 몫을 하게 된다.

시급 7.25달러인 로봇 일꾼이 주 96시간씩 일한다면 2만5000달러의 몸값을 뽑는 데 36주가 채 안 걸린다. 그다음부터는 얼마간의 유지·보수비만 들이면서 (예컨대 7년 후) 교체할 때까지 공짜로 부릴 수 있다. 이 참을성 많은 일꾼의 몸값이 3만5000달러라면 50주 남짓 부리면 투자금을 다 회수할 수 있다. 1만5000달러에 들여놓았다면 22주 안에 본전을 다 뽑는다.

로봇이 시간당 평균 28달러를 받는 공장 노동자를 대체한다면 1만5000달러를 회수하는 데 5.6주, 3만5000달러를 회수하는 데 13주밖에 안 걸린다. 시간당 41달러를 받는 간호사의 일을 대신할 수 있다면 투자 회수 기간은 3.8~8.9주에 불과하다.

물론 아직은 사람과 같은 일을 잘 하고 몸값도 싼 로봇은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 유니트리는 지난 7월 휴머노이드 로봇 R1을 5900달러에 내놓아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이 작고 가벼운 로봇은 사람처럼 일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올해 초 보고서에서 테슬라의 2세대 옵티머스 제조에 들어가는 원자재와 부품 비용만 5만~6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소프트웨어 개발비를 더하면 공급가는 훨씬 높아진다.

실제 환경에서 꾸준히 실력을 발휘하면서 경제성까지 확보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내놓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컨설팅사 맥킨지는 그 목표와 현실 사이의 깊은 협곡을 건널 네 개의 다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첫째, 로봇이 울타리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할 안전성의 다리다. 아마존 창고에서 짐을 나르는 애질리티 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디짓은 360도를 둘러보며 3차원 공간을 탐지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안전 문제를 고려해 반쯤은 분리된 영역에서 작업한다. 하물며 어린이까지 있는 집안에 로봇을 들이려면 더 완벽한 안전성이 검증돼야 한다.

둘째, 배터리 성능을 높여 로봇 일꾼이 충분히 오래 일할 수 있게 할 연속성의 다리다. 현장의 로봇이 8~12시간 일하고 교대하면 좋겠지만 지금의 배터리는 보통 2~4시간 후 다시 충전해야 한다. 그 시간을 늘리자면 배터리의 열과 안전의 문제도 커진다.

셋째, 사람처럼 걷고 손을 놀리며 일할 수 있게 할 기능성과 이동성의 다리다. 로봇의 액추에이터가 사람의 근육처럼 움직이고 촉각 센서가 사람의 피부처럼 민감하게 느낄 수 있게 하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업들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범용성에 집착하다 어느 한 가지 일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될까 걱정한다. 저마다 기능성의 한계를 고려해 가장 필요한 과업에 특화된 로봇을 개발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넷째, 실제로 사람 대신 로봇 일꾼을 공장이나 집안에 들이게 할 경제성의 다리다. 아무리 높은 안전성과 기능성을 과시하는 로봇도 몸값이 너무 비싸면 살아남을 수 없다. 대당 15만~50만 달러에 이르는 제조 원가를 10분의 1로 내리려면 스마트폰 산업의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수십 가지 부품을 하나의 시스템 칩에 통합하는 방식으로 크기와 복잡성을 줄이고 원재료와 조립 원가를 낮췄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언젠가 자동차 시장보다 커질 것이다.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전략은 엇갈리고 있다. 미·중 간 패권 다툼은 격화하고 있다. 발 빠르게 공급망 생태계를 갖춘 중국이 결국 AI 개발에 앞선 미국을 제칠 거라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장경덕 작가·번역가

33년간 저널리스트로서 경제와 기업을 탐사했다. 『부의 빅뱅』 『애덤 스미스 함께 읽기』 『정글 경제 특강』 등을 썼고 『보수주의』 『21세기 자본』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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