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BC551~379)가 남긴 시경(詩經) 속의 311편 시를 읽으면서 대중들은 시와 노래 중에서 시가 먼저였으리란 생각을 한다. 하지만 노래가 먼저였음을 기억하시라. 시경 속의 시들은 공자가 그 시절 천하를 주유시킨 민중 노래 수집가 행인(行人)들이 수집해 온 3천여 수의 구전 민중노래 중에서 취사선택한 것. 이를 풍·아·송·부·비·흥(風·雅·頌·賦·比·興)으로 구분 지었다. 앞의 풍아송은 노래로 불려진 시(노랫말)의 내용상 구분이고, 뒤의 부비흥은 형식적인 구분이다. 이것이 시의 여섯 가지 뜻이란 말, 시지육의(詩之六義)다.우
가을이 왔다.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고 또 떠나가는 절기다. 춘보용철(春菩鎔鐵) 추자파석(秋子破石)이라 했다. 봄 여인은 무쇠를 녹이고, 가을 남자는 바위를 뚫는다. 봄 여인 가을 선비라는 점잖은 표현도 쓴다. 무르익는 가을만큼 우리들의 사랑도 깊어지면 좋겠다. 이런 계절에 잘 어울리는 노래가 패티김의 목청을 통하여 세상에 나온 이다. 이 노래는 제목이 여러 개로 불린다. · 등. 사랑은 떠나가도 가을은 남는다. 가을은 겉으로는 마르고 시들어도 속으로는 오
인생살이에 봄바람이 살랑거리면 가을날에도 봄꽃이 핀다. 봄날 찬 서리 속에 가을꽃 구절초가 피어나는 것도 기이한 발화(勃花) 아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도 있다. 봄이 왔건만 봄이 아닌 경우를 읊조린 시다. 하늘이 주관하는 절기는 4계절인데, 인생살이에는 5계절이 걸쳐 있다. 너와 내가 알 수 없는 계절이 그 하나다. 그래서 인생살이에는 달력에 없는 13월이 있음이다. 오래전 가수 양희은에게 봄날인데, 봄이 아니 계절이 있었다. 가장 화려하게 피어났다가 참혹하게 지는 봄꽃의 첫째를 꼽으면 목련(木蓮)이다. 나무에 피는 연꽃, 우
오래 흘러온 노래를 최신 가수가 부르면 감흥의 온도계는 더 빨리 더 높이 올라간다. 21세기 불어닥친 트로트 열풍이 식지 않고, 수많은 스핀오프(spin-off) 프로그램으로 파생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음이다. 서울 마포구 토정로 312번지, 옛 용강동에 가면 설렁탕집 마포옥(麻浦屋) 이 있다.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집이다. 1949년에 개업을 한 이 집에서 한국대중가요 100년사에서 서울을 대표할 만한 노래가 탄생했다. 1967년 은방울자매의 목청을 통하여 세상에 나온 이다. 대중가요 속에는 역사의 궤적이 씨줄 날줄
유행가는 인문학(人文學)의 꽃이다. 여기서 문(文)은 글자가 아니라 생각의 무늬·채색의 의미로 음유해야 제멋이 난다. 사람들 저마다의 생각을 펼쳐내는 학문. 대상을 사람으로 하면 인문학이고, 여기에 세월(역사)을 종적으로 누적하는 궤를 얽으면 인류학이 된다. 이 인문학(humanities)은 자연과학(natural science)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언어·문학·역사·법률·철학·고고학·예술·비평 등을 망라한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음악·기하·산술·천문·문법·수사·논리 등을 인문학의 범주로 삼았다. 한국대중가요 100년사에 이런
사랑하는 연인끼리 멀어졌다가 다시 만나면, 두 손을 마주 잡고 노래를 듀엣으로 허밍(humming)하시라. 그러면 식었던 사랑의 온도계가 다시 올라 가고, 영원히 사랑하게 되리라. 이 노래는 1987년 25세로 요절한 발라드 가수 유재하의 보물 같은 유품곡(遺品曲)이다. 이 노래는 조용필이 1985년 먼저 발표했던 곡인데, 이후 김현식이 이끌던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키보드 주자로 활동하던 유재하가 1987년 자신의 창작곡과 함께 발표하면서 같은 음반에 수록했다. 둔탁한 듯하지만 애절한 허스키 보이싱으로 부르는 발
유행가 1곡은 7가지 구성요소로 완성된 예술품이다. 작사·작곡·가수·시대·사연·모티브·대중들의 삶 등의 요소다. 산 너울이나 동구 밖에 덩실한 나무를 베면, 모진 비바람눈보라를 견디어 이겨내면서 살찌운 나이테가 또렷한 것과 같다. 다만 촉각적이고 말초적인 멜로디에 얽은 육감적인 사랑·이별·낭만(浪漫, 물결처럼 일정한 모양과 리듬이 불규칙하게 퍼져나가는 듯한)을 표설(漂說)하는 노래는 예외다. 우리나라 대중가요 100년사는 우리민족과 나라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음을 누가 부인하랴. 우리의 근대사는 1876년 강화도조약으로부터
사랑하는 연인 간의 키스는 영혼의 결합이고, 영감의 공유행위이다. 이는 나의 입술을 타인의 손등·뺨·목·입술 등에 접촉함으로써 친밀도·존경심·애정 등을 표현하는 동서양의 보편적 행위양식이다. 키스에는 의례적인 것과 성애(性愛)로서의 키스가 있다. 이 기원은 그릇이 없던 시대에 어머니가 아기에게 입으로 물을 먹여준 데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으나, 여러 풍설 중의 하나일 뿐이다. 유럽의 영주(領主)는 신하에게 표창할 때에 입술 위에 키스를 하였고, 신하는 영주의 부재중에 충성을 표시하기 위하여 영주 저택 대문의 빗장에 키스를 하였다는
폐쇄와 격리로 점철되는 보건의료 환경의 소실점이 아련하게 보인다. 방역당국의 선도와 국민들의 능동적인 참여 결실이다. 이러한 과정에 한 몫을 챙긴 아이템이 대형 노래방과 다를 바가 없는 스튜디오에서 녹화·생방송으로 진행된 각종 트로트 경연대회와 스핀오프(spin-off, 유사하게 파생된) 프로그램들이다. 노래는 세상과 통한다고 했던, 공자의 설파가 2500여 년의 세월 뒤에 증명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영상 주파수는 전염성 질병인자를 달고 다니지 않기 때문에, 안방에서 1열 횡대로 앉아서 감흥의 열기를 더하는 시청률은 더 올라가는 것
는 2003년 58세의 송대관이 자기 자신의 인생살이를 담아서 부른 곡이다. 노랫말을 그의 아내 이정심이 작사를 하였으니, 온전한 송대관의 인생곡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무명시절 , 과 같은 노래가 바로 가수 자기 자신을 노래한 것들인데, 이 곡 또한 그렇다. 해방둥이인 그의 인생살이가 바로 우리의 현대사와 같은 수레바퀴 위에 올라앉아 있는 것이 아닐까.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부부(夫婦)는 비포장도로이건, 고속도로이건 같은 수레바퀴 위에 올라앉은 나그네다. 이들 부부의 주관적인 경험이 대중들과의
대중가요의 인기도 시(節氣, 절기)와 때(時氣, 시기)가 있다. 1990년에 발표된 김수희의 노래가 그 전형이다. 이 노래의 인기는 발표 3년 뒤인 1993년에 날개를 달았다. 이 곡은 그 당시 KBS 가요톱10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를 제치고 골든 컵을 받은 주인공 노래다. 그 해 김수희는 연말에도 가요대상을 받았고, 뒷날 박정현이 영어로 번안하여 히트를 하기도 했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이 노래는 2020년 트롯 전국체전에서 글로벌 보쌈팀(완이화·재하·김윤길)의 화려한 무대로 리메이크 되었다. 그대 앞에만
백성들이 위탁해 준 권력을 집행하는 치자(治者)들이 나라를 반듯하게(국태민안, 國泰民安) 번영시키지 못하면 이웃나라의 간섭·관할·통감·피압을 받는다. 조선 시대 청나라의 공격을 받은 민족의 수치, 병자호란(丙子胡亂)에 매달린 공녀(貢女)의 상처가 그러했고, 임진왜란과 경술국치 이후에 매달린 상흔이 조선 예인들의 일본 압송과 근로정신대와 종군위안부 같은 실체다. 북한 공산집단이 무력남침을 해 온 6.25전쟁으로 입은 민족의 상처는 어이할까. 이러한 나라간의 충돌과 마찰의 시대이념과 대중들의 피해와 한의 감흥은 반드시 유행가로 환생한다
억년 세월의 강에 걸린 인생 백년에 녹이 슬지 않는 것은 사람들의 기억이다. 날이 갈수록 또렷해지는 지난날은 희비, 그 속에서 사람들은 앞만 보고 나아간다. 잠시 뒤돌볼 겨를도 없다. 특히 대중들의 인기를 에너지로 삼는 대중가수들의 길은 더하다. 이들에게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사다리·오솔길·징검다리가 되어 준 것이 트로트 열풍시대 각종 경연대회와 스핀오프(spin off) 프로그램들이다. 이 중 한 곡조가 가수 신성의 목청에 걸려서 시청자들의 가슴팍을 후빈 이다. 9년여의 무명생활과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꿈은 절
유행가 가사는 허공중에 낭랑거리면서 대중들의 가슴팍을 후벼 판다. 글자는 오선지 위에 걸쳐있지만 소리로 환생할 운명, 그래야 인기 온도계를 달군다. 그래야 노래가 히트되고, 오랜 세월 흘러갈 애창곡이 된다. 특정인이 이 노래를 즐기면 18번(애창곡)이 된다. 이런 노래를 설운도가 만들어서 미스터트롯 히어로 임영웅의 목청에 걸쳤다. 다. 이 노래는 2021년 3월 발표 후 지니·벅스·멜론 등 주요 음원차트 상위권에 진입했다. 노래의 묵시는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 같은 나의 사랑, 당신은 나에게 소중하고 필요한
부모님의 은혜를 되새김하는 절기다. 어버이란 말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예로부터 효자 가슴속에 더 깊은 한이 남는다고 했다.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 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라는 한시(漢詩)가 새삼스럽게 새겨지는 오월 가정의 달이다. 산자락의 나무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아 흔들린다. 효성스러운 자식들이 정성스럽게 부모를 봉양하고자 하나 세월 따라 노쇠해가는 나날은 기다려주지 않는다.우리 대중가요 100년사에 가장 절절한 효도노래는 단연코 이다. 가수 진방남의 데뷔곡이기도한 이 절창은 눈물
마부작침(摩斧作針)이다. 쇳덩어리를 갈고 갈면 바늘이 된다. 산속에서 하던 공부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쇳덩이를 정성들여 갈고 있던 노인에게 들은 말이다. 노인의 설파(說破)를 들은 청년은 다시 산으로 올라가서 공부에 전념하여 대학자로 한다. 당나라 시인 이백(701~762)의 일화다. 남녀 간의 사랑도 이와 같다. 간절한 공을 들여야 상대방의 마음을 꽤 뚫어 사랑의 오솔길을 털 수가 있다. 박구윤의 도 이런 노래다. 이 같은 남녀 간의 사랑 작업 곡, 한국대중가요 100년사에 가장 빛나는 구애곡(求愛曲)은 1966
를 김희재가 부르면 무대에 꽃향기가 피어오른다. 그의 팬클럽 이름은 ‘김희재와 희랑별·희랑별’이다. 그가 부르는 트로트는 천년양화(千年楊花) 기묘지성(奇妙之聲). 천년동안 피고 또 피어날 간들거리는 버들 꽃을 피워내는, 기이하고 절묘한 가락으로 공명(共鳴)한다. 그래서 김희재의 팬덤은 양화(揚花) 버들 꽃향기를 풍긴다. 이 꽃향기를 풍기는 다리가 서울 양화대교(제2한강교)이다. 노래 발표 당시 원곡가수 최석준은 39세였다. 그는 유독 꽃노래를 많이 부른 가수다. 꽃 남자, ,
우리 대중가요 100년사는 시대와 역사의 분기령을 기준으로 끊어지고 이어지는 맥락(脈絡)의 노래가 있다. 해방광복 이전의 대표곡은 , 이후 6.25전쟁발발까지는 가 그 시대의 상징 유행가다. 그 중 노래는 1948년 반야월이 악극단 공연을 다니던 중 충주에서 제천으로 옮겨갈 때에 박달재에서 목격한 남녀 간의 이별장면을 보고 노랫말로 적었다. 천등산 박달재~로 시작되는 가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천등산이 고개인줄로 알고 있으나, 천등산은 고개가
보릿고개는 보리 이삭이 익어가는 산 구비를 돌아가는 고개가 아니라, 배고픔을 이겨내기 위하여 덜 익은 보리이삭을 베어다가 삶아서 허기진 배를 채우던 시기를 말한다. 가을에 수확한 양식(쌀·고구마 등)은 바닥이 나고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은 음력 4~5월, 춘궁기(春窮期)·맥령기(麥嶺期)라고도 한다. 6.25전쟁 이후 세대(특히 1970년 이후 출생한)는 이 보릿고개라는 말을 실감하지 못하리라. 이런 가슴 아리는 시절을 회상한 노래가 2015년 진성이 절창을 한 다. 이 곡을 2020년 미스터트롯 정동원이 절창하면서 대한민
유행가에 색깔의 물이 들면 대중들의 감흥빛깔도 오색창연(五色蒼然)해진다. 노랫말의 색깔을 따라 세상에 유행이 생겨난다. 우리나라 유행가 100년 역사 속에 원색의 물이 들었던 노래들이 그 증거다. 헤어지기 섭섭하여 내밀던 손시향의 노래가 불린 때는 검정색 장갑이 품절되었고, 가 히트한 시절에는 노랑물결이 거리를 누볐었다. 윤항기의 , 한혜진의 , 남일해의 등의 노래는 발표 이후 이 노랫말 색깔의 유행을 불러 일으켰다. 1997년 설운도가 부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