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가, 오락인가. 환락적인 무대 위에 리메이크 노래로 가창력과 연기력을 발산하는 가수들의 열기가 뜨겁다. 노래는 귀에 익었는데, 가객은 생경하다. 지난 세월 원곡 가수들이 전해 주던 노래 메시지를 회억(回憶)할 여유도 없다. 화려한 무대 연출·음향·조명과 가객들이 발산하는 끼가 그렇다. 남녘으로부터 들려오는 봄꽃 소식의 화사함과 함께 안방 시청자들의 가슴팍을 울렁거리게 하는 유행가 경연이 이러한 감흥 불꽃에 휘발유를 뿌린다. 그 불길 속, 불꽃 한 자락이 국악트롯맨 조주한이 열창한 이다. 원곡 가수는 영탁, 노래를 지은
깜장 윤기 좌르르한 토끼가 깡충거리는 봄날이다. 윤회하는 절기를 따라 새로 피어나는 꽃처럼, 다시 고개를 든 트로트 열풍에 흘러온 노래들이 줄줄이 무대로 불려 나온다. 오래 흘러오고 멀리 흘러갈 유행가는 길고 긴 세월 마디를 감흥으로 이어주는 징검다리다. 이 무대에 다시 불려 나온 절창이, 1980년대 청춘 남녀를 들뜨게 했던, 윤수일의 이다. 리메이크 주인공은 이진규, 그가 다시 대중들의 눈동자를 불타오르게 했다.네온이 불타는 거리 / 가로등 불빛 아래서 / 그 언젠가 만났던 너와 나 / 지금은 무엇을 할까 / 생각
중년 인생 굽이를 돌아가는 CEO들 엄마는 안녕하실까? 그 엄니가 지어주신, 더운 김 모락거리는 밥사발을 마주한 지는 얼마나 되었을까. 그 엄마가 다독다독 담아준 밥, 그 이름이 母糷(모란)이다. 이런 사연을 머금은 노래가 바로 국악인 출신 대중가수 유지나가 절창한 이다. ‘밥을 짓는다’는 의미를 머금은 란(糷) 자를, 어찌 유행가 제목으로 삼았을까. 시인이자 대중가요 작사가인 이경의 기치가 번쩍거리는 번갯불을 붙든 듯하다. 얼핏 귓가에 스치는 느낌으로는 모란(牡丹)꽃을 연상하기 쉬운데, 이 노래 제목 의 의미는 꽃과
서울에 탱고 리듬이 처음으로 컹컹거린 때는 언제였을까. 바일리 꼰 꼬르떼(baile con corte), ‘멈추지 않는 춤, 만남의 장소, 특별한 공간’이란 의미도 품고 있는 이 묘악(妙樂)의 가락. 이는 1880년대로부터 1920년대를 이어오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부둣가 뒷골목을 쿵쾅거린 발장단이 음원(音源)이다. 그 시절 흔하지 않았던 사창(私娼) 거리의 여인네를 꼬드기기 위한 남정네들이 경쟁적으로 펼친 격렬한 몸 사위였다. 이런 탄생 사연을 품은 탱고 가락은 1930년대 후반 서울의 거리에 풍성거렸다. 꾀꼬리 가수 황
검은 토끼가 토굴 속에서 뛰쳐나올 채비를 하는 정월이다. 연둣빛 새싹이 눈을 틔워 짙어질 푸르름처럼, 온 나라에 싱싱한 기운이 감도는 듯하다. 21세기 해를 거듭하면서 더욱 세차게 쿵쾅거리는 흘러온 우리 노래, 리메이크 열풍도 여전하다. 원곡 가수가 전했던 메시지에 가창과 연출미를 더한 재미(在美)와 흥미(興味)에 어깨가 덩실거린다. 이런 시절에 다시 의미(義味)를 더하면서 풍미(豐美)할 유행가는, 지난날 온 나라와 지구촌을 들썩거리게 했던 이다. 이 노래의 주인공 열창 가객 김연자가 무대와 심사위원석을 오가기가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을 묵시(默視)했던 유행가가 인기 역주행을 하면서 2023년을 맞이했다. 작년 말 삼척시민 송년음악회와 경상북도 신도시 힐링음악회에 가수 정수라가 호출(초빙)되어 이 곡을 열창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까. 유행가(流行歌)는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곡절을 품는다. 세월을 따라 흘러온, 흘러갈 시대 이념과 대중들의 감성이 노랫말에 휘감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의 마디를 품는 곡절은 시시때때로 변하는데, 여기서 시(時)는 한순간을 의미하는 시각(時刻)이고, 때는 한 기간(term)을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 마지막 달력 한 장이 대롱거린다. 서둘러 기다려지는 새봄과 함께 피어날 꽃무리 사이로 가물거릴 아지랑이를 향한 마음도 포롱거린다. 이런 날 닻이 없는 밤 배에 홀로 앉아서, 그리운 곳을 향하여 흘러가라고 한다면, 그대의 지향점은 어디가 될까. 만약 그대가 푸르른 날, 가슴팍 활활거리게 하던 첫사랑을 가슴속에 품고 살아간다면, 고향의 강기슭에 두고 온 서러운 눈물방울을 떠올린다면, 밤하늘의 별은 그대가 타고 있는 배의 돛을 어디로 돌려줄까. 이런 상념에 젖게 하는 노래가 귓전에 자랑거린다. 병아리 가수에서
쌀랑거리는 바람이 문풍지에 매달려 달달달~ 울고 가는 밤이다. 어머니가 그립다. 나의 차가운 손과 얼굴에 따사로운 입김을 호호 불어주시던 엄니~. 그 엄마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국민애창곡이 흥얼거려진다. 가슴팍을 애절하게 적시는 이런 명품 유행가의 탄생 모티브는 찰나(刹那)인 경우가 허다하다. 지극히 짧은 순간, 1찰나는 75분의 1초(0.013초)다. 한국대중가요100년사에 이런 찰나의 영감을 바탕으로 탄생한 유행가가 방어진이 부른 다. 이 노래는 경북 의성 출생, 안동에서 성장한 김병걸의 손끝에서 조탁(彫琢)된 유행가
고무신이 그립다. 어머님이 그립다. 지금은 보물 취급을 받고, 깊은 산중 절간의 섬돌에서나 볼 수 있는 고무신, 이는 우리 민족 삶의 진화와 함께 기억 속 퇴적물이 되어간다. 더군다나 검정 고무신에 얽힌 기억을 되살피려면, 기인 세월 저편에 있는 추억 여러 장을 들추어야 한다. 우리나라 산업화 시대 갈피에 걸려 있는, 기업 CEO들이 반추하면 이야기 꺼리가 될 만한, ‘잊혀져 가는 과거, 살아 있는 역사 속의’보물이다. 이런 면면들은 흘러온 유행가 노랫말과 그 행간에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유행가의 매력이다. 흘러온 유행가는 저마다
일생에 단 한 번 우는 새는 가시나무새다. 그 새는 날카로운 가시를 향하여 돌진하여, 자신의 몸이 가시에 찔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소리를 내지른다. 그래서 가시나무새는 한평생 그런 가시를 달고 있는 나무를 찾아다닌다. 신화속 이야기이지만 묘한 매력과 마력을 머금고 있어 여러 소설·영화·드라마·노래 등의 모티브가 되어 환생했다. 1977년 오스트리아 여류 소설가 콜린 매컬로(Colleen McCullough, 1937~2015)가 쓴 소설, 『가시나무새』가 그 산물이다. 매컬로는 그 울음소리는 이 세상의 그 어떤 소리보다 아름답다고
칼칼한 소주 한 잔이 그리운 찬바람이 쌀쌀거린다. 동짓달 기인~ 밤에 한 잔 술을 걸치면 장닭이 목청을 돋우는 새벽이 서둘러 오실까. 그 새벽을 따스한 님의 가슴팍에서 맞이한다면, 어제 마신 술은 보약이다. 하지만 님을 보내고 혼자서 어둠 속을 푸지락거린다면 그 술은 공허이리라. 이런 감흥을 품은 노래가 2003년 임창정의 목청을 타고 이 세상에 나온 이다. 이 노래는 운문으로 불러야 할까, 산문으로 감흥해야 할까. 운문의 아버지는 시경이고, 산문의 어머니는 서경이다. 굳이 가락을 붙였으니, 노래(歌詞)가 분명한데,
‘놀 자리를 창출하시라.’ 이는 오늘날 점증(漸增)하고 있는 고령화사회, 절체절명의 숙제이다. 비혼과 출산율 급락에 따른 젊은 인구는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고령층과 평균수명은 올라만 간다. 뿐만 아니라 인류의 순기능적 진화인 인공지능, AI(Artificial Intelligence)를 근간으로 하는 과학적·기계적·전자적 시스템 발달은 ‘사람의 손길과 눈길과 발걸음을 전제로 하는 물리적인 일자리를 잠식’시켜간다. 이는 1950년대 후반 6.25 전쟁 휴전 후, 이어진 베이비부머 시대와 연계되어 있는 역 현상이다. 그때는 산업화를 지
동해안 바닷길 남북으로 이어지는 대동맥 7호선 도로가 사랑 추억을 머금었다. 장민호가 부른 노래다. 이 도로는 부산광역시 중구에서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면까지 어어졌던 길이 1,192km 도로이며, 옛 부산시청이 있던 중구 중앙동 교차로에서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까지 남측 구간은 513.4㎞이다. 2017년 장민호가 부른 이 노래 속의 화자(話者)는, 동해안 해변을 따라 강릉 정동진에서 남쪽 울진 간절곶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을 산책(散策)하면서 옛사랑의 추억을 더듬는다. 노래 속에는 아침 해도 떠오르고, 처럭거리는 파도
안동역 광장에 노래 꽃이 피었다. 국민가요 노래 탄생지, 안동역 광장에서 펼쳐진, 제1회 김병걸가요제가 그 꽃떨기이다. 한국예술인총연합회 안동지회 회원들의 땀과 노고가 아롱진, 한국대중가요사의 새로운 100년을 향한 주춧돌 같은 무대였다. 유행가도 고향이 있다. 그 노래의 고향이 안동역처럼 빛난다면 얼마나 귀할까.이 안동역 광장은 오늘날은 구안동역으로 부른다. 2020년 12월 6일 신안동역사가 송현동으로 이전해 갔기 때문이다. 이 구안동역은 1970년대 후반 김병걸 선생이 대중문화예술인의 꿈을 품고 서울을 향하여 무
아무런 대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어느 날, 갑자기 텅 빈 그리움이 당신을 찾아온다면 그대는 어찌하오리까. 어허~ 추억과 기억의 주머니 속에 도사리고 있던 지난날의 아련함이여~. 그런 날이 오신다면, 낭만 가객 최백호가 내지른 노래를 감흥하시라. 그러면 또 다른 그리움이 몽실거리며 찾아오실 테니~. 가수 최백호의 목청에 걸린 노래는 늘 축축하다. 거칠거칠하다. 백호만의 마력(魔力)이다. 그래서인가, 트로트 스핀오프(spin off. 파생 무대) 시대 여기저기에서 그의 노래가 불려 나온다. ‘따르릉~ 따르릉 ~ 네,
넓고도 좁은 요술 같은 인생사, 그 안에는 오직 두 사람이 마주하며 살아간다. 하나는 여자, 또 하나는 남자다. 그중에서 세상의 절반인 여자의 한평생을 절절하게 부른 노래가 이미자의 이다. 이 노래의 메시지는 고래(古來)로 이어가는 인류사의 맥락에서 현모양처(賢母良妻)로 함의되는 여성들의 희생과 헌신을 전제로 한 삶의 마디 마디를 리얼리티 노랫말로 얽은 엘레지(elegy)이다. 비가(悲歌)·애가(哀歌)·만가(挽歌)이다. 노래 속에서 참아야만 하는 인고(忍苦) 세월의 주인공이 바로 여성이고, 그 세월 뒤에 매달리는 열매
오선지 위에 펼쳐진 음표가 담뱃불에 지져졌던 노래가 있다. 작곡가 박춘석의 손가락 사이에서 타들어가다가 떨어진 담뱃불이 불씨였다. 한국대중가요 100년사에서 우리노래라고 불린 ‘뽕짝’바람결이 살랑거리며 일어나던 1966년의 일이다. 그해 봄날 시인 작사가 정두수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떠나가는 연안여객선 뱃고동소리를 들으며, 노랫말의 모티브를 찾고 있었다. 흩날리는 보슬비와 소금 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사흘을 서성거렸다. 하지만 허사였다. 종잡을 수 없는 노랫말의 단초, 하는 수 없이 돌아선 발길, 서울로 돌아오던 차 안에서 정두수는 갑
대중가요 유행가에서 노랫말이 귀한가 멜로디가 더 빛나는가? 대중들의 영혼은 노랫말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몸통은 가락에 쉽게 반응한다. 노랫말이 나의 삶을 대변하고, 내가 노래 속의 화자로 화(化)하여 한을 흥으로 치환하여 주기 때문이리라. 1985년 조용필이 절창한 대곡(大曲), 5분20여 초를 토크 멜로디와 가창으로 이어간 을 음유하여 보시라. 이 노래는 오프닝이 빠른 탬포의 토크 멜로디로 열린다.‘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에 하
울다가 지친 송가인이 금강산을 그리워한 날은 몇 해이던가. 그녀의 목청에 매달린 한의 무개는 얼마나 될까.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목소리의 연못에서 솟구치는 비련곡성(悲戀曲聲)이 또 터져 나왔다. 민족 동질성과 이념의 상극성을 동시에 품고 있는 우리나라, 1천만 이산가족의 서러운 한은 언제쯤 풀리려나. 휴전선을 대칭으로 한 남북한 8천만 민족의 염원, 평화통일의 방정식이 풀릴 날은 언제쯤 오시려는가. 이러한 한과 사연을 얽은 노래가 송가인의 이다. 아~ 그리운 고향 산천이여, 피멍이 들어 응어리지도록 그리운 혈육
해후와 상봉은 어찌 다른가. 오랜만의 우연한 만남과 긴 세월이 흐른 뒤이지만 다시 만날 기약의 끝에 매달린 마주침이 다름이다. 오랜만의 얼굴 마주함은 같지만 서로 간에 남모르는 언약이 있었는가가 다른 곡절의 까닭인데, 이는 둘만이 알고 있는 밀어(密語)이다. 서로가 깐부 시절에 마음의 손가락을 걸고 한 약조이니, 그 누가 그들 마음 판에 새긴 글자를 읽어낼 수가 있으랴. 참으로 묘하고 기이한 인연 방정식에 매달린 사연이다. 이런 절묘한 감흥을 얽어낸 노래가 김진용이 노랫말을 얽고 고성진이 가락을 엮은 이다. 허공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