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강원도 산골 영월 동강 가에서 한 여인네가 낙상(落傷)을 입었다. 신체일부를 크게 다친 사고였다. 응급 결에 남편은 112구급차를 요청하고 여인네는 서울의 큰 병원으로 후송된다. 응급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남편은 외부 스크린으로 모니터링되는 수술 장면을 목도 하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여보~ 여보야, 당신을 사랑합니다. 고생시켜 미안합니다. 못 해줘서 죄송합니다. 한참이 지난 후 마취에서 깨어난 아내에게 조금 전 중얼거린 독백(獨白)을 응얼거렸더니, 여인네는 울음을 터뜨렸다. 낭군도 두 손을 마주 잡고 같이 훌쩍거렸다.
검정 호랑이의 해가 동녘에 환하다. 대한민국의 동창(東窓) 독도에서, 간절곶에서, 정동진에서, 서울의 허파와 심장 같은 목멱산 너울에서. 새해의 바램(소망)은 얼마나 많고 간절한가. 보건의료 환경이 쾌청해지면 좋겠다. 국민들이 던지는 불덩어리(投票)도 자유 대한민국을 위하여 활활 타오르기를 갈망한다. 그래서 온 나라가 노래하며 춤을 추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한국대중가요 100년사에 이런 사회적인 소망을 얽은 노래가 안언자 작사 김현우 작곡의 이다. 이 보물 같은 노래를 계은숙이 절창을 했다. 이 노래는 40
새해가 밝았다. 임인년(壬寅年) 호랑이띠 해다. 새해에는 모든 것이 형통하기를 빈다. 우리나라가 더 환하게 진화했으면 좋겠다. 보건의료 환경도 쾌청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바람개비처럼 헛도는 듯한 빈 말총을 쏘아대는 정치꾼들도 뒷모습을 보이면서 어디론가 멀어져 갔으면 좋겠다. 그러면 세상이 좀 더 평온해질 터이고, 화사해질 것만 같다. 그러면 검은 호랑이가 울창한 숲속에서 아침 햇살을 마주하며 어흥~거리듯이 온 나라가 더욱 활기를 되찾을 것이리라. 이런 마음에 떠오르는 노래가 송창식이 열창한 이다. 꿈을 안고 왔단다 내가
하얀 소의 해, 신축년(辛丑年)이 저물어 간다. 뒤돌아보면 아늑한 나날이었다. 보건의료 환경도 실물경제 상황도 여의치 못했다. 각양각색의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우민우권(愚民愚權), 정치꾼들의 뒷모습도 눅눅하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마음을 가지런하게 가져야 한다. 이런 시절에 부를 노래가 윤복희가 열창한 이다. 뒤돌아보되 머뭇거리지 말고 앞을 지향해야 한다. 떠나가는 당신을, 떠나가는 세월을, 떠나가는 바람을 부여잡아 무엇하리. 이 노래는 1979년 윤복희가 두 번째 남편 남진(1946~. 목포
영화가 세상을 향하여 희망과 인생 반추의 빛을 서서히 비추고 있다. 본명 송복희는 최고령 현역 연예인·전국노래자랑 최장수 MC·가수·희극인·DJ·국민할배·국민형아~ 등등의 별칭을 달고 다니는 만능 엔터테이너, 종합예술극장이다. 평생을 우리 국민 희로애락과 함께해 온 송해!, 무대 위와 무대 뒤에 얽힌 그 형님 인생의 빛과 그림자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와 맞물린다. 1876년 강화도조약을 우리나라 근대사의 분기령(分期嶺)으로 치고, 해방광복(1945.8.15.) 이후를 현대사의 출발점으로 치면, 95세 송해의 인생은
겨울이 깊어간다. 대중들의 옷은 두터워 지고 마음은 따스해진다. 차가운 바람의 한 가운데, 남녘 산 너머에서 아랑거리는 새 기운을 기다리는 마음이 사랑을 갈망하는 아낙네의 마음 화로와 같다. 긴 세월 어둡던 보건 의료환경을 견디어 이겨낸 터널의 끝이 다가오기도 한다. 1985년 어느 겨울날 창밖 텅 빈 마당에 마른 잎이 나뒹굴고, 먼 산과 들에는 간밤에 내린 눈이 하얗게 덮여 있었다. 투명한 유리 벽 밖에는 차가운 마른 바람이 쏴아~ 불고, 조용필은 해맑은 증기가 피어오르는 찻잔을 마주하고 을 노래했었다. 드라마
스산한 갈바람이 마른 낙엽을 쓸어가고, 쌩쌩거리는 눈바람이 옷을 벗은 나무들이 촘촘하게 서 있는 능선을 널름널름 넘보는 12월이다. 비망록에 촘촘하게 적었던 2021년 한 해의 소망을 뒤돌아본다. 가을의 꼬랑지가 보일 듯 말 듯 저만치 멀어져 간다. 이 가을바람이 북녘에서 출발하여 남녘으로 향하면서, 추풍령(秋風嶺)을 넘으면 우리나라는 전국이 겨울로 접어든단다. 옛사람들의 말이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추풍령, 가을 바람고개다. 《고려사지》에는 금산군(김천)에서 35리에 위치한다 했고, 《세종실록지리지》에는 황금소 추풍역이라고 했다
어디에서인가 들려오는데, 보이질 않는다. 바람의 노래이고 울음이다. 은근하게 불 때는 노래로 들리지만, 광풍·열풍·폭풍·태풍으로 불면 이미 노래가 아니다. 나의 사랑이 은은한 노래를 하는 저 바람결과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발랄 상큼하면 더욱 좋으련만, 그런 사랑이 어디 쉬운가. 1993년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통나무집 창가에 앉은 작사가 김지평이 어디서인가 들려오는 바람 소리를 들었다. 예술가는 눈으로도 보지만 영혼으로도 볼 수가 있다. 듣는 것도 마찬가지다. 귀로 듣고 영혼으로도 듣는다. 우리는 저마다 자연인으로서 통속적인 삶
한국대중가요 100년 세월에는 역사 속 인물들을 환생시킨 노래가 많다. ····(소크라테스) 등이 이런 노래다. 고사곡(古史曲)이라고도 한다. 이에 더한 곡조가 2007년 박상철이 불러낸 다. 노래 속 화자는 조선 중종(재위, 1506~1544) 때의 기생이다. 그녀는 박연폭포·서경덕(화담)과 같이 송도3절(松都三絶)의 한 사람이다.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에서 빼어난 세 사람. 그녀는 어디를 가던 선비들과 문필답(文筆答)으로 어깨를 겨룰 수 있었고, 시·예·가·악(詩·畵·藝·歌·樂
영화를 떠올리면, 주인공 병태(김수철)과 춘자(이미숙)·민우(안성기)가 기억 속에서 팔락거린다. 영화를 떠올리면, 병태(윤문섭)과 영자(이영옥)의 이야기가 귓가에 재랑거린다. 우정과 애정을 넘나들든 그들의 대화 속으로 녹아들 듯하던 노래가 송창식의 목소리 이다. 청생통(청바지·생맥주·통기타)의 묵시적 일체감으로 권위에 저항하던 젊은이들의 목구멍에 핏대를 세우게 했던 떼창.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삼등 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를 잡으러~.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유행가는 역사다. 노래가 탄생한 시대의 곡절을 아물고 있는 보물이다. 1곡 7재(一曲 七材)가 기승전결로 얽히거나, 모티브로 노랫말이나 가락의 행간에 꼼실거리고 있다. 작사·작곡·가수·시대·사연·사람·모티브 등을 가감하는 작품자들의 조탁옥조(彫琢玉藻) 고뇌와 숙고의 산물이다. 이런 절창이 1973년 오디오형 국민 가수 나훈아의 목소리를 타고 세상에 나온 이다. 작사가 정두수의 삼촌 실제 이야기가 모티브였다.돌담길 돌아서며 또 한 번 보고/ 징검다리 건너갈 때 뒤돌아보며/ 서울로 떠나간 사람 천리타향 멀리 가더니/
잊자, 잊자 잊어버리자~. 이렇게 다짐을 해도 잊혀지지 않고 오히려 또렷해지는 지난날의 기억이 있다. 그렇게 대롱대롱 매달리는 아련함의 세월이 인생사다. 그러다가 끝내는 못 잊은 그 무엇을 가슴 방에 품고 하늘 여행을 나선다. 이런 사연을 얽은 노래가 진미령이 부른 이다. 남몰래 기다리다가 가슴만 태우던 밤, 이런 사랑을 품은 사람의 가슴 방은 늘 텅 비어 있다. 한평생 매겨놓은 월세금도 전세금도 없는, 그리움만 그득한 무상(無償)의 사랑방이다.‘라라라라란 라라라 라란~’으로 감흥의 물결을 잘랑거리게 하는 해금 전주곡에
고무신은 우리네 삶과 기억에 어떻게 얽혀 있을까. 지금은 보물 취급을 받고, 산사(山寺)의 행랑 섬돌에서나 볼 수 있는 고무신은 우리 민족 삶의 진화와 함께 기억 속의 퇴적물이 되어간다. 더군다나 검정 고무신에 얽힌 기억을 되살피려면, 기인 세월 저편에 있는 추억 여러 페이지를 넘겨야 한다. 하지만 흘러온 유행가를 살피면, 고무신에 얽힌 서정과 애환을 되새길 수 있다. 유행가의 매력이다. 노래는 저마다 그 탄생 시점의 시대 상황과 민초(民草)들의 삶을 품고 있다. 각각의 노래가 세상에 처음 나올 당시 작사·작곡·가수·시대·사연·모티
가을 빛깔이 자꾸 말을 걸어온다. 서걱거리는 소리도 눈에 보인다. 가을은 푸르름 속 붉은 한 잎으로 시작된다. 홍일점(紅一點)이 가을의 불씨다. 이 말은 원래 만록총중홍일점(萬綠叢中紅一點)이란 시의 끝부분이다. 새파란 덤불 속 빨간 꽃 한송이가 피어 있다는 뜻. 송나라 시인 왕안석(1021~1086)의 (詠石榴詩)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에 청일점(靑一點)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홍은 많은 남성 중의 한 여성, 청은 많은 여성 중에 있는 한 남성을 의미한다. 이 점(點)은 바로 내 사랑이다. 이러한 사랑은 얻는 것보다 지키기
잊혀진 듯하지만 지워져 간 것은 단 하나도 없다. 가슴팍에 도사리고 있는 추억과 기억이 그 증거다. 이러한 가슴팍의 똬리를 유행가로 얽은 곡조가 이용의 목청을 통하여 세상에 나온 이다. 10월이 오면 우리는 이 노래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 10월의 마지막 날, 이 노래를 애곡(哀曲)해야 한다. 이 노래는 작사가 박건호(1949~2007)가 자신의 실연사(失戀事),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스토리를 모티브로 한 절창이다. 1980년 9월 가을비가 내리는 어느 날 술을 잘하지 못하는 박건호가 어느 여인과 포장마차에 마주 앉아
세종대왕과 우리 대중가요는 어떤 상관이 있을까. 1397년 음력 4월 10일(양력 5월 15일)이 태종 이방원의 셋째 아들, 충령대군 이 도(李 祹, 행복할 도)의 생일이다. 그가 22세이던 1418년 조선 4대 임금으로 즉위한 세종대왕이다. 이후 세종은 백성들이 당시의 문자(한자)를 쉽게 배우지 못하며, 우리말과 한자가 서로 통하지 않아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지 못함을 안타깝게 여겨 집현전 학자들로 하여금 28개의 글자를 창제하여, 1946년에 훈민정음(訓民正音)으로 반포했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음(말)이다. 이 훈민정음의
오동일엽락 천하진지추(梧桐一葉落 天下盡知秋)라고 했다. 오동나무 이파리 하나가 떨어지니 세상 사람들이 가을이 온 줄로 안다는 말이다. 청나라 강희제(1654~1722) 때 왕희 등이 지은《광군방보》(廣群芳譜)에 실린 해설이다. 이 책은 《시경·회남자》등에 언급된 내용을 참고하여 꽃·풀·채소 등 식물계를 논하고 있다. 신선 세계에 산다는 나무 삼주수(三珠樹)에 관한 설명도 있다. 책 제목에 붙은 방(芳)은 꽃다울 방이다. 이 꽃잎들이 지는 계절이 가을이다. 낙엽 지는 소리도 뚜럭거리고, 마른 바닥에 굴러가는 소리도 스럭거린다. 이런
드디어 올 것이 왔다. 21세기 트로트 열풍을 넘어 우리 전통노래와 유행가를 버무린 조선 팝(Chosun pop) 깃발이 펄럭거린다. 앵무새처럼 리메이크 노래를 열창하게 하는 기획연출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반복하는 스핀오프(spin-off) 무대에도 경종을 울린다. 국악에 발라드·힙합·팝·트로트·클래식 가락이 혼융되고, 꽹과리와 해금에 기타와 드럼이 더해졌으니 융합창조이다. 이처럼 굿판과 같은 무대를 2021년 7월 31일부터 3일간 3부로 KBS 전주방송국에서 펼쳤다.조선팝 드랍 더 비트(chosun-pop drop the beat
순천만, 국가 정원 1호에 유행가 가락이 매달렸다. 2021년 트로트 전국체전에서 최종 2위를 차지한 재하의 목청에 걸린 노래, . 옛 노래를 다시 부르는 온고(溫故)의 열풍이 펄럭거리는 트로트 경연 무대에 신곡 깃발을 흔든 노래다. 트로트 열풍, 지신(知新)의 새바람은 언제 불어올까. 노래 경연장마다 흘러온 노래, 애청자들의 가슴속에 잠기어 있던 노래들이 무대 위에 저렁거린다. 한국대중가요 100년사 음원 창고에는 88만여 곡이 쟁여져 있다. 이 노래 중에서 경연 무대에 불려 나온 노래는 새 가수의 노래로 환생한다.
유행가가 고향을 머금으면 눈물이 아롱진다. 첫사랑 춘자도 그리워진다. 한국대중가요 100년 역사의 궤적에는 88만여 곡의 노래와 40만여 명의 가수가 매달려 있다. 이 노래 중에서 고향과 지명을 머금은 노래가 국민애창곡이 되고, 유구한 세월의 인기 강 물결 위에 돛단배처럼 흘러간다. 용두산·한강·대동강·백마강·목포·영산강·안동역·부산정거장·순천만·수덕사·서산·화진포·대관령 등이 아물고 있는 유행가 제목을 떠올려 보시라. 2021년 트롯전국체전에서 최향의 목청에 걸린 도 이런 노래다.이 곡은 망향 노래다. 회룡포는 예천군 용